[비바100] "나 혼자 칩니다" 공식 깬 '1인 시장' 호황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21-06-28 07:15 수정일 2021-06-28 07:15 발행일 2021-06-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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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주의 닛폰기] 진화하는 '1인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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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무사시 컨트롤 클럽
코로나19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1인 서비스’ 시장이 더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인 일본에선 1인 소비에 대한 서비스가 즐비해 있다. 그런 일본에서 코로나19는 다양한 분야의 기존 공식을 깬 기폭제가 되면서 1인 소비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골프도 1인?’ 코로나가 바꿔놓은 골프장

새벽 6시 30분 일본 사이타마현 혼조시에 위치한 기타 무사시 컨트리 클럽 골프장. 40대 남성이 1인 플레이로 골프를 치고 있다. 골프 카트에도 골프백이 한 개 뿐이다. 통상 골프는 4인이 한 팀이 돼 골프를 치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곳 골프장에선 혼자서 골프를 칠 수 있도록 ‘1인 플레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비대면 프로젝트를 실시한 것이다.

가격도 5000~9000엔으로 합리적이다. 당시 1인 플레이 상품을 선보이자마자 한달 만에 100명의 고객이 다녀갈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인기에 이 골프장은 올해 1월에도 1인 플레이 프로젝트를 다시 재개했다. 기타 무사시 컨트리 클럽 관계자는 “1인 플레이어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코로나19가 계기가 돼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면서 “최근엔 단체보다 오히려 1인 예약률이 더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치바현에 위치한 맥그리거 컨트리 클럽 골프장은 이보다 더 앞선 지난해 5월 ‘1인 플레이’를 시도했다. 평일 새벽과 오후에 10~15개로 나눠 ‘1인 플레이’를 진행하고 있는데 예약이 꽉찰 정도다. 단골 고객도 꽤 된다. 보통 9홀을 돌고 휴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레스토랑 등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18홀을 쉬지 않고 도는 ‘쓰루 플레이’ 방식을 도입했다. 가나가와현 출신의 한 고객은 “다른 사람과 일정을 조절할 필요도 없고 눈치 볼 사람도 없어 골프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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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사우나 튠(TUNE)
◇ ‘오로지 1인’을 위한 공간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1인 고객 전용 사우나도 선보이자마자 크게 주목을 받았다. 도쿄 가구라자카에 위치한 ‘솔로 사우나 튠(TUNE)’은 탕의실, 사우나, 욕조, 휴식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즐길 수 있게 설계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1회 60분 이용에 3800엔으로 적은 요금은 아니지만 평일에도 예약이 꽉 찰 정도다. 단골 고객뿐 아니라 먼 지역 사람들까지 찾아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최근 1인 사우나 시설이 일본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도쿄 시나가와의 도쿄 목욕탕은 1인용 ‘집콕 사우나’를 선보였다. 혼자서만 들어갈 수 있는 박스형 사우나로 안쪽 폭과 길이가 1m, 높이가 약 1.8m 크기다. 이곳도 사전 예약제로 요금은 90분에 1030엔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새로운 운동시설 유형 ‘속속’

운동시설도 새로운 형태가 도입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운동은 하고 싶지만 사람 접촉은 피하고 싶은 니즈를 만족시켜주는 ‘개인실 피트니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도쿄 부동산 그룹이 운영하는 도쿄 스포츠 오아시스는 도쿄 등 수도권 3곳에 개인 혼자 운동을 할 수 있는 개인 룸 서비스를 확대했다. 매장 내에 마련된 개인 룸 안에서 혼자 유산소 운동 등을 할 수 있도록 설치했다. 올해 초 이곳 개인실을 이용한 고객만 전년대비 3~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래방 점포를 운영하는 타카파시 그룹은 이 같은 니즈를 반영한 개인 피트니스 점포 1호를 올해 1월 삿포로시에 오픈했다. 개인 피트니스 룸에는 다양한 근력 운동 장비 등이 갖춰져 있다. 월 이용료 7980엔으로 하루 2시간 이용 가능하다.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신경이 쓰이는 여성이나 초보자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타카파시 그룹은 “개인의 니즈를 파악하고 더 다양하고 새로운 유형의 개인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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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전용 탁구 연습장 (타쿠토레 홈페이지)

◇‘1인 플랜’ 新시대 고객 유치 수단으로

1인 전용실이 아니더라도 1인이 될 수 있는 서비스와 레저도 인기다.

일본 최초의 테니스 시뮬레이터 테니스장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테니스 코치 파견 업체 NARZ와 스포츠 시설 개발업체 에어디지털이 공동으로 지난 3월 도쿄 긴자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간단한 볼 플레이 연습부터 AI 매칭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플레이를 개인 맞춤별 진행할 수 있어 벌서부터 예약이 꽉 차 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매장 오픈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기계 전용 탁구 연습장 타쿠토레도 기계와 탁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매출이 전년대비 두배 이상 올랐다. 닛케이신문은 “1인 스포츠를 즐기는 연령은 주로 30~40대가 많다”면서 “팀으로 즐겼던 라운딩 골프부터 테니스, 탁구까지 1인 플랜은 새로운 시대에 고객을 유치하는 수단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캠핑예약 사이트 ‘냅’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인 캠핑 예약 건수가 전년대비 3.2배 급증했다. 이런 소비 니즈를 반영해 약 30개의 캠핑장에서 솔로 캠핑족을 위한 플랜을 선보였다. 야마나시현의 레이크로지 야마나카 캠핑장은 1인당 1인 제한 캠핑 플랜을 겨울에만 한정적으로 제한할 예정이었으나 예약자가 늘면서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요금은 1000~2000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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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캠핑 (게티이미지)

코로나로 직견탄을 맞은 호텔업계도 1인을 겨냥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 놓고 있다. 더 프린스 파트 타워 도쿄 호텔은 지난 가을부터 ‘눈물’ 플랜 상품을 내놓았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풀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객실에는 눈물을 자극하는 책과 DVD, 아로마 상품까지 구비했다.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 90% 이상이 주로 20대와 50대 여성들이다.

◇‘1인 시장’ 코로나 종식 후 성장의 ‘키’

일본에선 늦은 결혼과 고령화 증가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1인 서비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단독세대는 1996만 세대로, 2015년부터 8%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1인 서비스 시장은 코로나가 종식 된 후에도 인기가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닛케이 신문은 “코로나19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도 1인 서비스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이란 징후가 많았다”면서 “1인을 위한 서비스는 코로나가 종식한 후에도 높은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혼자만의 활동을 시작한 사람 중 만족도가 높은 사람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아울러 “코로나19가 번식하기 전부터 1인 시장의 잠재적인 수요를 발견한 기업들은 코로나 위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서 “1인 비즈니스 시장은 코로나19 이후의 성장의 열쇠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