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취향 따라, 상황 따라 "매달 골라 타세요"… 구독서비스 강화하는 車업계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21-06-23 07:00 수정일 2021-06-23 07:00 발행일 2021-06-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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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車 구독서비스’, 시장 지형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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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물밀듯이 밀려드는 구독경제가 이제는 자동차 영역까지 점령할 태세다. 최근 르노삼성자동차는 차량구독서비스 ‘모빌라이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현대자동차 ‘셀렉션’을 비롯해 기아 ‘플렉스’, 제네시스 ‘스펙트럼’에 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의 네 번째 구독서비스 모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실험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구독서비스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던 완성차 업체들이 이제는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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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구독서비스 ‘셀렉션’.(사진제공=현대자동차)
◇“원하는 차 마음껏 타보세요”국내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2018년 11월 BMW 미니의 ‘올 더 타임 미니’가 신호탄을 쐈다. 가입비와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미니 브랜드의 모든 모델을 마음껏 탈 수 있다. 당초 MZ세대를 겨냥한 제한적인 서비스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그해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스펙트럼’을 론칭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최근 르노삼성차까지 구독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선보인 구독서비스는 총 4개에 이른다. 한국지엠과 쌍용차도 구독서비스를 눈여겨보고 있어 향후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구독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타보고 싶은 차를 마음껏 타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차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니아들에게 ‘꿈의 서비스’와도 같다. 별도의 계약 기간이 없고 소비자가 원하는 기간만큼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의 렌트 서비스에 대항하는 차별화한 경쟁력이다.

또한 차량 정비나 주기적인 소모품 교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자동차세나 자동차보험료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 구독료 안에 모든 비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주행 거리 제한도 없다는 점도 장거리 운행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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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가 최근에 론칭한 구독서비스 ‘모빌라이즈’.(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일부는 신차 구매 전 충분한 경험을 위해 구독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에도 매우 긍정적이라는 견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면서 “구독서비스에서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확보한다면, 전기차에 대한 일종의 편견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테크내비오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구독 시장은 2023년까지 78억8000만 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6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6년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원으로 5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장세는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를 압도하는 결과며, 자동차 구독서비스의 성장 가능성도 높여주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안전 가치 확산에 공유경제 모델보다 구독서비스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면서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다양한 차종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쟁력이 충분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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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시장 활성화 관건은 ‘가격 장벽’다만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가격적인 요인에서는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비스 특징에 따른 다양한 요금 체계가 아닌, 일괄적인 요금 체계라는 인식이 강하다. 대중성을 높이려면 가격대를 지금보다 낮추고,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 서비스 다양화 등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조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렌트 서비스와 비교해 가격적 이점이 없다는 점이 시장 유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완성차 업체들도 구독서비스의 실질적 이용보다 신차 구매를 위한 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독서비스 주력 고객이 젊은 층인 만큼, 가격대와 서비스 다양화로 시장 활성화를 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중도하차 사례도 나오고 있다. GM은 2017년 캐딜락 브랜드에 기반한 ‘북 바이 캐딜락’을 구독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현재는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GM에 이어 다임러와 BMW, 아우디 등 여러 브랜드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으나 서비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수익에 우선한 높은 가격대가 회원 모객에 한계를 가져왔고, 리스처럼 고객 인수 옵션이 없는 정책이 업체들의 관리 비용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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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weight: normal;">기아 구독서비스 ‘플렉스’.(사진제공=기아)

◇국내 중고차 시장 대안될까

전문가들은 업체들마다 자동차 구독서비스의 시행착오가 이어지는 등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서비스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이다.

채희근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동차 구독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지속 유지하려면, 소비자의 효용대비 가격 적정성과 제공업체의 수익성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관건”이라며 “업체들은 구독 서비스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옵션을 추가해 수익성 확보 노력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기존의 사업영역인 제조 및 단순 판매를 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서 “제조와 판매유통, 서비스, 플랫폼을 지향하는 측면에서 구독서비스는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중고차 시장이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자동차 구독서비스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흐지부지 끝날 경우, 구독서비스가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측면이 구독서비스의 새로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이 투명성 문제로 신뢰도가 크게 꺾인 만큼, 중고차 구독서비스 등 영역 확장이 이뤄진다면 파급력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