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말'에 품격'을 얹어라… 5060의 삶이 달라진다

조진래 기자,한장희 기자
입력일 2021-06-15 07:00 수정일 2021-06-17 20:44 발행일 2021-06-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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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나이 들수록 ‘말’ 때문에 낭패 보는 경우가 많다. 막말이야 당연히 안되지만, 본인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말이 새거나 해석되는 바람에 곤란한 지경에 빠지는 5060 세대들이 많다. 말이 안 통하는 ‘꼰대’라며 비판도 받고 진정성이나 됨됨이를 의심받기도 한다.

‘어른답게 말합니다’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강원국은 “말을 늘려서 발음하면 ‘마알’인데, 마음의 알갱이라는 뜻”이라며 “결국 말이 곧 마음의 알갱이”라고 말한다. 말의 한계가 그 사람의 한계이며, 결국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와 실력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5060 세대들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반드시 고쳐야 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말 버릇’을 얘기한다. 이미 습관으로 굳어버린 것이지만, 이제라도 이것을 바꾸면 사람이 달라지고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조언한다.

◇ 말이 갖는 힘과 가치,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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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강원국 작가는 “말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말한다. 타고난 말재주란 없으며, 누구나 열심히 갈고 닦으면 말하기를 잘 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링컨의 명언에서 ‘얼굴’을 ‘말’로 살짝 바꾼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면 다음 여섯 가지를 주의하라고 주문한다. 첫째, 자신이 하는 말을 곱씹어 보고 말하라. 둘째, 남의 말을 잘 듣고 ‘나는 저렇게 말하지 말아야지’ 싶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라. 셋째, 얼버무리지 말라. 넷째, 같은 말이면 긍정적으로 표현하라. 다섯째, 목적에 맞게 말하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회할 말은 절대로 하지 말라.

강 작가는 임기응변의 말 재주가 아니라 정말로 진정성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은 일곱 가지를 잘 맞춘다고 말한다.

눈을 잘 맞추고 교감과 성향을 잘 맞춘다. 말의 속도를 맞추고 관심사와 스타일을 잘 맞춘다. 그리고 상대의 수위와 수준에 잘 맞춘다는 것이다.

그는 오락가락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말해야 신뢰감을 준다고 강조한다. 특히 대화에서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위로와 용기를 주고 깨우침을 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꼰대의 잔소리’가 된다는 것이다. 논리성도 강조한다. 그는 비논리적인 말에는 다섯 가지가 없는데, 그것은 생각과 틀, 인과관계, 이유, 그리고 근거라고 말한다.

◇ 내 주변 사람들과 대화부터 바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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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5060 세대가 되면 말이 많아진다. 툭 내뱉은 말 때문에 어려운 지경에 빠질 때가 자주 있다. 특히 가족이나 지인들과 이렇게 의를 상하는 경우가 잦다.

‘말은 그대로 돌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말 대접’을 제대로 받고 싶다면 주는 말도 그래야 한다. 때로는 말을 참고 삼킬 때 더 큰 호감과 공감을 얻을 때가 많다.

5060 세대는 특히 인정욕구를 참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 바 ‘낀 세대’라 어떤 경우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주변에 마음 상하는 말을 내뱉곤 한다.

58년생인 이필재 작가는 최신작 ‘진보적 노인’에서 “나이가 들어도 좀처럼 내려놓기 힘든 것이 ‘인정 욕구’”라고 실토하면서 “세대 간 공통화제를 찾고, 대면 상황에서 생기는 대화의 공백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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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상대방이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강원국 작가는 그래서 말의 ‘선명도’를 강조하며 이른바 ‘불명확 5적’을 제시한다. 첫째, 전제조건을 단다. “…합니디만” 하고 빠져나갈 구멍부터 만들어 놓는다. 둘째, 말 끝을 흐린다. 셋째, 주어를 빼고 말한다. 넷째, 이것 저것 같은 지시대명사를 남발한다. 마지막은 이중부정과 피동형이다. “아닌 것이 아니다”는 식의 말로 대화의 초점을 흐려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

‘경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화를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부러워했던 픽사의 에드 캣멀 CEO는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회의체를 만들어 실리콘밸리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직원 누구나 아무런 구애 없이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하는 자리를 깔아줌으로써 남의 얘기를 경청하게 만들고 ‘협업’이 가능하게 했다. 조직에서든 일상에서든 경청은 ‘듣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 말이 안 통하는 상사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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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적지않은 시니어 직장 상사들은 ‘다짜고짜 훈계부터 하는 사람들’로 각인돼 있다. 반말은 기본이고, 실력도 없이 가르치려만 들고 질책만 하는 ‘같이 일하기 싫은 종족’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여기서 강원국 작가는 “질책에도 격이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상관과 리더의 가장 큰 차이는 꾸중과 질책을 하는 순간에 나오는 ‘말의 품격’에서 드러난다고 단언한다. 그는 리더란 책임 추궁보다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을 중시하고, 두려움 보다는 의욕이 샘솟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존댓말 등을 통해 스스로를 낮추고, 때로는 지는 것 조차 감수하는 것이 진정한 배려라고 강조한다.

‘마지막 몰입’의 저자 짐 퀵은 제대로 된 쌍방향 대화가 이뤄지려면 ‘올바른 질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말로 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질문이 곧 답”이라고 단언한다. 우리들 대다수는 ‘적절한 질문’이 아니라 ‘쓸모 없는 질문’ 혹은 ‘힘이 빠지는 질문’을 너무 빈번하게 한다고 아쉬워한다. 말이 안되는 질문, 품격 없는 질문이 결국 말 문을 막게 한다는 것이다.

폴 너트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실패한 의사결정의 60%는 경영진의 자기중심적 판단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며 “리더는 의사결정을 하지 말고 시스템을 설계하라”고 권고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도 ‘초격차’라는 책에서, 똑똑하고 게으른 ‘똑게형’ 지도자를 가장 유능한 리더십으로 꼽았다. 만기친람형 ‘꼰대’ 보다는, 믿고 맡겨보고 실패하면 따뜻한 말로 일으켜 세워주는 리더십이 최고라는 것이다.

포브스는 ‘대우받지 못하는 직장상사 유형 6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베일에 쌓인 상사, 자기중심적인 상사, 평판이 나쁜 상사, 변덕이 심한 상사,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어하는 상사, 포용력이 없는 상사 등이다. 남의 말을 잘 듣고 품격 있는 대화를 하는 상사라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조진래·한장희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