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영끌 맞벌이 부부의 한숨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21-06-09 14:43 수정일 2021-06-09 17:06 발행일 2021-06-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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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30대 한 맞벌이 부부 이야기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여름 정말 영혼까지 끌어모아 서울의 아파트 한채를 마련했다. 청약도 여럿 시도해 봤지만 바늘구멍이라고 생각한 부부는 결국 ‘영끌 내집마련’을 택했다. “지금 안 사면 영영 서울의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생각지도 못한 영끌로 집을 부랴부랴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신용대출부터 주택담보대출, 그리고 양쪽 부모에게까지 도움을 받아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를 겨우 마련했다. 특히 부모에게 증여세를 내지 않는 한도 내 도움을 받고 심지어 자녀까지 끌어모아 도움을 받았다. 자금을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마련한 이유는 자금출처를 밝혀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7년 8월 주택 시장을 잡겠다고 마련한 제도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은행 대출도 강화돼고 여기저기 집에 모아둔 금까지 팔아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끌어모았는데, 어디서 어떻게 돈을 마련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밝히라고 한다. 정말 집사기 힘들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정부가 오히려 집을 사지 말라고 독려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하소연 했다.

이들 부부가 집을 장만한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조마조마하다. 이들 부부 연봉은 합산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이다. 그럼에도 불구 내집 마련이 더 힘들었다고 한다. 고액연봉자라는 이유로 외면 당하는 제도가 많았다고 했다. “이 하늘 아래 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라는 우울감과 함께 오르는 집값을 보면서 점점 화가 났다고 했다.

지금 이들 부부 집은 2~3억원이 올랐다. 불과 1년도 안돼서다. 그런데 ‘기쁨’ 보다 ‘안도’의 기분이 더 든다고 한다. 단지 ‘부동산 블루’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한다.

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