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현실은퇴' 앞둔 5060들, 슬기로운 코로나 극복법은…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1-05-18 07:00 수정일 2021-05-30 20:00 발행일 2021-05-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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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평생을 함께 할 소수의 친구를 정할 호기
직장도 더 이상 공간의 개념에 얽매이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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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은퇴가 임박했거나 직장 은퇴 후 ‘현실 은퇴’를 앞둔 5060 세대들이 코로나19에 발이 묶여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자주 목도된다. 가뜩이나 건강관리도 여의치 않은데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행복감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은퇴 후 뭐라도 해 보겠다던 결기도 시나브로 사그러드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일수록 5060 세대는 일희일비하며 행복감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평생을 함께 갈 진짜 친구를 만드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 코로나가 앗아간 행복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떨어져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국내 10대 이상 143만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을 통해 행복도를 조사해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1’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2·3차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행복감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 가운데는 여성의 행복감이 남성에 비해 더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도 추이를 보여주는 행복궤도가 남성은 작년 1월 20일 첫 발생일부터 1년 동안 2번의 감소와 회복 패턴을 보인 반면 여성의 행복궤도는 2차 유행이 터진 9월까지 계속 하락했다.

행복감을 수치화한 ‘안녕지수’도 여성은 지난해 1월 코로나 전에 5.288을 정점으로 이후 계속 하락하다가 3차 유행 때 5.129로 소폭 올랐다. 반면 남성은 1월 중후반 코로나 초기에 5.627로 최고치 이후 2차 유행기에 5.223로 가장 낮았지만 전 구간에서 여성보다 높았다.

이유로는 아무래도 여성의 보육 부담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퇴직 압박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커, 직장 스트레스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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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이 오히려 코로나에 더 잘 견디고 있다

연령에 따른 행복 궤적의 차이를 추적한 결과, 50대 이상인 경우 행복 변화가 크지 않은 반면 10대~20대와 30대~40대의 행복은 2차 유행 기간까지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특히 3040 세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1차 유행(2.23~4.19)과 2차 유행(8.23~9.27) 기간에 행복도가 가장 급속하게 하락한 연령대로 기록됐다.

반면 5060 세대는 이전과 큰 차이 없이 잠시 감소하는 듯 하다가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은 삶의 만족과 의미를 코로나 기간 내내 유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50대 이상은 젊은 사람에 비해 신체적으로는 코로나에 취약할 지 몰라도 심리적으로는 더 강하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행복연구센터 측은 이유를 분석하면서 ‘사회정서적 선택성 이론’을 언급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밀접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우선시하게 되는데 그 결과 기존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자발적으로 점점 더 좁히고 자신이 즐기는 것으로 사회 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남은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실상 5060 세대의 평소 생활습관과 유사하기에 일상의 변화를 덜 겪고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타격도 덜 받았다는 얘기다.

나이가 많은 연령층일수록 젊은 연령층에 비해 자기 감정을 잘 다스리고 삶의 위기에 잘 대처하는 능력이 배어 있어 코로나 극복이 더 수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힘든데 억지로 밝은 척 하지는 말자

심리학자들은 행복의 개인차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결정된다고 본다. 개인의 성격, 소득이나 학력 직업 결혼여부 등과 같은 객관적 조건, 그리고 평소 생활습관이다. 이 가운데 압도적으로 행복의 크기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는 행복하거나 불행하다면 그 절반 가량은 성격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자체 모델로 검증해 보니, 코로나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외향적 성격을 지닌 사람의 행복도가 내향적 사람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강력한 사회두기 상황에 직면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다. 외향적 사람들의 행복 하락 속도가 훨씬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향인의 안녕지수는 이 때 6.2 수준에서 6.0 밑으로 까지 뚝 떨어져 하락 폭으로는 2배나 차이가 났다.

연구진은 “외향적 사람들은 코로나 자체보다 거리두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성격처럼 활동할 여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의도적으로 행복한 것처럼 하세를 부리거나 생색을 내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높은 기대감 만큼 실망감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 찾아라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 놓고 있다. 5인 이상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친구들이나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인정하고 적응해 가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어려울 때 일수록 주변의 성원과 지지는 큰 힘이 된다. 행복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런 사회적 지지와 행복의 관계는 코로나 전에는 대체로 변화가 없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사회적 지지가 코로나 이전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외로움과 현실적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주변 사람들이 일정 이상의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 기간에 가까운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는 것은 행복에 긍정적 역할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들도 5060들에게 코로나 시기에 진정한 벗을 사귈 것을 권한다. 이 코로나 시대에 내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로 이뤄지는 인간관계가 평생을 갈 것이라고 말한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가는 동반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프랜드이니, 신뢰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사귀라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5060세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꼰대’처럼 비대면 업무 환경이 보편화되는 것을 문제삼거나 불만을 갖지 말고, 현실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행복연구센터도 직장 동료나 상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코로나 기간이든 아니든 행복에 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직장을 더 이상 ‘공간에서 협업하는’ 개념이 아님을 인식하고 상사로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