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조 바이든의 ‘큰 정부’, 다음 고지는 ‘중간선거’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5-03 07:20 수정일 2021-05-07 09:14 발행일 2021-05-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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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 취임 후 의회서 첫 연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 겸 상원의장과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이 연단 뒤에 앉아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EPA/게티이미지=연합뉴스)

코로나19라는 재앙적인 전염병 사태와 경기침체, 인종갈등 격화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에 오른 조 바이든. 초대형 부양책과 백신 접종 확대로 산적한 악재들을 헤쳐 나오며 초반 정치력 테스트에서는 무난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연방의회 연설(28일·현지시각)에서 미국의 경제재건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일자리 계획’과 ‘가족 계획’이라고 지칭한 4조 달러(4400조 원)정도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 예산 2건의 의회통과를 촉구했다. 그가 제시한 큰 정부의 청사진을 완성하려면 대규모 부양책이 8~10년 동안 추진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이다.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 의회연설 직후 성인 58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51%였다고 보도했다. 그의 정치 어젠다가 실현되기 위해선 1년 반 뒤에 다가오는 중간선거라는 고비를 넘어야 한다.◇ 바이든 취임 100일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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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 검정선이 지지율, 빨간선이 비지지율이다. (사진=리얼클리어폴리틱스 웹사이트 갈무리)
취임 100일을 맞은 바이든의 성적표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4월 27~28일(현지시간) 18세 이상 미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55%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38%)을 17%포인트 웃돌았다. 바이든 지지율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여론조사(4/25~27)에서 52%를 기록했고, 정치매체 폴리티코 여론조사(4/24~26·60%), CNN(4/21~26·52%), ABC방송(4/18~21·52%), 폭스뉴스(4/18~21·54%) 등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4월 한달 사이에 실시한 총 14건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국정운영 지지율 평균은 53.1%였다. 직전 대통령인 트럼프의 ‘임기 첫해 4월 국정 지지율’ 39%를 훨씬 웃돌 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61%), 조지 W. 부시(55%), 빌 클린턴(49%), 조지 H. W. 부시(58%), 로널드 레이건(67%) 등 이전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평균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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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 불복한 트럼프가 소송전을 불사하면서 트럼프-바이든 지지자들 간의 갈등과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해졌고, 사상 유례가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엄청난 확진자와 사망자 피해가 발생한 상황 속에서 취임한 것을 감안하면 임기 초반 국정운영은 일단 합격점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특히 코로나19 대응과 경제분야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57%가 지지했고, CNN(66%), ABC방송(64%), 폭스뉴스(58%) 등에서 지지율이 높았다.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도 유고브(51%), CNN(50%), ABC(52%) 등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실제로 백신 보급과 대규모 부양책으로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환산으로 6.4%다. 소비와 기업투자가 성장을 견인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내수 전반에 강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실질 GDP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며 “2분기 성장세가 정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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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부근의 월가 표지판 (UPI=연합)

미국 증시 성적표도 좋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후 첫 100일간 S&P500 지수는 11% 상승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한 1933년 이후 최대 폭 상승률이다. 당시는 대공황 직후라 S&P500 지수가 80% 폭등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00일간의 S&P500 지수 상승률도 5.3%였다. 1929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간의 평균 상승률은 3.2%다.

대규모 정부 재정 지출과 코로나19 백신 보급,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감 증가,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의 완화정책 유지 등이 주식시장에서 투자심리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바이든은 외교와 이민정책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외교분야의 경우 유고브(47%), 폴리티코(48%), CNN(48%) 등으로 40%대였고, 이민정책도 유고브(42%), 폴리티코(43%), CNN(40%), ABC(37%) 등으로 비교적 낮았다.

외교분야 등 대외정책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은 것을 두고 미국 유권자들의 보편적인 정서가 대중국 강경책을 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역대급 경기부양책 카드들이 나올대로 다 나왔지만 미 의회 통과와 재원마련 등 현실화되는 일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서 기립박수 받는 바이든 미 대통령
조 바이든(연단)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단 뒤편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기준으로 왼쪽에 앉은 공화당 의원들은 대부분 자리에 앉은 채 호응하지 않고 있다. (AP=연합뉴스)

◇ 대규모 증세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큰 정부’ 플랜

바이든의 미국 재건정책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의 1단계인 1조 9000억 달러 규모 ‘미국 구조계획’(American Rescue Plan)은 현재 시행중에 있지만, 2단계인 2조 2500억 달러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과 3단계인 1조 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 계획’(American Families Plan)은 앞으로 입법 절차가 남아 있다. 특히 2단계와 3단계는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증세에 반대하는 야당(공화당)에 의해 의회 통과에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단계 ‘미국 일자리 계획’은 8년 동안 2조 2500억 달러의 예산을 지출한다. 운송인프라(6210억 달러), 노인·장애인 돌봄인프라(4000억 달러), 미 제조업 부흥(3000억 달러), 클린식수·청정전력(2110억 달러), 부동산 접근성 확대(2130억 달러), R&D 투자강화(1800억 달러), 통신(1000억 달러), 노동력강화(1000억 달러), 학교·보건·보육(1250억 달러) 등에 예산을 배정한다. 이를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은 법인세 인상(21→28%), 글로벌 무형자산소득 최저세 유효세율 인상(10.5→21%), 법인 장부소득 최저한세(15%) 적용 등이다.

3단계 ‘미국 가족 계획’은 10년 동안 1조 8000억 달러의 예산을 지출한다. 보육(2250억 달러), 유급휴가(2250억 달러), 보편적 유아교육(2000억 달러), 무료 커뮤니티 칼리지(1090억 달러), 영양지원프로그램 확대(420억 달러), 기타(2020억 달러) 등이다. 역시 재원은 증세를 통해 마련한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37→39.6%), 연소득 백만 달러 이상 납세자 자본이득세율 인상(20→39.6%), 국세청(IRS) 지원 확대 및 고소득층·대기업 감독 강화 등이다.

홍서희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향후 입법절차는 불확실하지만 양당 합의보다는 예산조정절차에 무게가 실린다”며 “투자규모나 증세폭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인프라 투자는 양당 합의도 기대되지만 미국 가족 계획의 경우 공화당이 지지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며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지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법인세는 25%, 자본이득세는 28%로 각각 인상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세금추징을 강화하는 것은 현실화되기 어려우므로 관련 수입의 증가분은 기대치(7000억 달러)를 밑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계획이 원안대로 의회 문턱을 넘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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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지지자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덜루스의 인피니트 에너지 센터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설을 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AP=연합)

◇ 중장기 프로젝트 들고 중간선거 고지 넘어야 하는 바이든, 민심 향방은?

바이든은 8년~10년짜리 중장기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중간선거는 앞으로 1년 반 가량 남았다. 그전에 대규모 정책과제들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니 시간이 많다고 할 순 없는 셈이다. 그 사이 갈대와 같은 민심의 향방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면 민주당은 상·하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쉽지 않은 도전과제들이 바이든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미국민들을 설득해야 하고, 남쪽 국경에 밀려드는 이민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공화당은 바이든의 정책이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는 지나치게 좌파적 성향을 띄고 있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바이든은 민주당내 분열을 막고, 자신의 정책이 급진적이라는 공화당의 공격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역대 중간선거에서는 대부분 집권여당이 심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조지 H.W. 부시나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들은 모두 중간선거에서 패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 공화당은 하원에서 40석을 잃었고 상원에서 2석을 늘렸다. 반면 2001년 9·11일 테러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후 2002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의석수를 늘리는데 성공했다. 코로나 팬데믹에다 양극화의 지뢰밭을 헤쳐나와 취임 100일 합격점을 받은 바이든, 그는 과연 중간선거 고지도 잘 넘어갈 수 있을까.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