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로고침' 절실한 롯데온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1-04-28 14:06 수정일 2021-05-05 00:23 발행일 2021-04-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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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롯데온으로 자꾸 욕먹으니까 속상하죠.”

최근 롯데 직원에게 들은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온에 따라붙는 꼬리표는 긍정적인 내용보단 부정적인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서비스 출범 초기부터 오류 발생으로 인해 한바탕 소동을 겪었고, 출범 1주년도 맞기 전에 롯데온을 책임지던 대표가 실적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롯데의 유통 계열사를 모두 모아놓았지만, 거래액은 오히려 온라인몰이 각각 따로 있었을 때보다 뒷걸음질 쳤다. 그래서 롯데온은 오픈 1주년 기념 행사의 이름을 ‘새로고침’이라고 지었다. 롯데온의 상품과 혜택, 서비스 등을 새롭게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롯데온을 이용해야 할 명확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만나는 이들에게 어느 유통 채널을 이용하는지 물어본다. 직업병이다. 어떤 온라인몰을 이용하냐는 질문에 대부분 네이버,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을 꼽는다. 롯데온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이유를 물어보면 간단하다. 네이버는 검색하면 다 나와서, 쿠팡은 배송이 빨라서 등 명확한 동기가 있다.

롯데온도 이번에 일부 서비스와 검색 기능 등을 개편했다. 배송 도착 예정일을 안내하고, 검색에 상세 필터를 더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이용 동기는 부족해 보인다.

물론 롯데온의 필살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롯데물산에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지분 전량인 15%를 8300억원에 팔았다. 앞서 롯데리츠를 통해 점포와 물류센터 부지를 유동화해 챙긴 7300억원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고 있다.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새 대표로 앉히기도 했다.

지금 이커머스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이 시대가 끝나면 새로운 질서가 생길 것이다. 롯데온은 그 전에 ‘새로고침’을 눌러야 할 것이다.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