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책]‘내로남불’의 ‘호모 에고이스트’…그 미래적 대안 ‘현명한 이기성’ ‘이타적인 나’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12-25 18:30 수정일 2020-12-25 18:30 발행일 2020-12-25 99면
인쇄아이콘
x9791160100495
호모 에고이스트: HOMO EGOIST | 정인호 지음(사진제공=한국표준협회미디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내로남불’은 인간이 자기중심적인 혹은 이기적인 존재임을 반영한 말이다.

‘호모 에고이스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로 불거진 나오는,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간에 대한 담론이다.

배가 부르면 사냥을 멈추는 짐승들과 달리 인간은 부와 권력을 축적하면 할수록 이를 지키기 위해, 더 축적하기 위해 법과 정책을 만들고 타인을 압박하곤 한다. 위기 혹은 기득권을 빼앗길 상황에 처하면 인간의 이기성은 더욱 극대화되곤 한다.

책은 ‘평등, 변함없는 인간의 두 얼굴’ ‘경제, 지속되는 경제적 환상’ ‘영혼, 가식적 양심의 실천’ ‘명작, 상황이 남긴 명예 훈장’ 4개 파트에 역사, 경제, 정치, 사회, 문화·예술 등에 스며들어 시대 현상으로 발현되는 인간의 이기성을 나눠 담았다.

책은 도널드 트럼프가 좋아하는 색, 되는 스티브 잡스와 안되는 쿠르디, 전통기업에 비해 이기적인 페이스북·구글 등, “예배 보다가 코로나에 확진되면 그 또한 신의 가호”라고 외치는 종교적 숙명론자들의 역사,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흥행한 이유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류의 이기성에 대해 논한다.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 칼 마르크스, 아담 스미스, 리처드 도킨스 등 이론과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까지를 엮어 공급과잉의 민낯을 설명하는 식이다.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분야의 이기적인 인간 사례를 엮고 설명하면서 그림들을 곁들인다는 것이다. 절대군주 파라오와 세습되는 노예의 무한 노동, 편파적인 사회적 계약을 담은 영화 ‘히든 피겨스’, 현재의 갑질,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뀐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의 진실, 240번 버스기사 사건 등을 윌리엄 터너의 1840년작 ‘노예선’으로 조망한다.

자기중심적인 인간, 호모 에고이스트(Homo Egoist)를 논하는 책은 미래적 대안으로 정반대편에 선 듯한 협력하는 인간, 호모 코퍼레이터(Homo Cooperator)를 제안한다.

책은 현재 사회에 팽배한 이데올로기의 양극화, 부와 권력의 편향, 보이지 않지만 그 옛날 노예제도를 닮은 신분제, 양심의 외면과 그를 인한 침묵 등 심화되는 인간의 이기성은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현명한 이기성’, 협력하는 ‘이타적인 나’로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