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솟는 해운 운임 '상생'으로 풀어야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20-11-05 14:22 수정일 2021-06-01 15:23 발행일 2020-1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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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실적은 개선되겠지만 마냥 좋아하기는 힘드네요.”

최근 만난 해운 업계 관계자가 웃으며 건넨 말이 현재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그간 불황에 시달리던 해운 업계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반대로 이 선박을 이용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에는 그만큼 운송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오랜만에 호실적을 내면서도 컨테이너선사들이 표정 관리를 하는 이유다.

수출기업들은 해상 컨테이너 확보가 어려워지자 수 배에 이르는 지출을 감수하며 항공 화물에 시선을 돌리고 있지만,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아예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닥뜨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적선사인 HMM은 8월부터 최근까지 총 4척의 컨테이너선을 부산~LA 직기항에 임시 투입했다. 부산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급한 화물을 싣고 다른 항구에 들르지 않은 상태로 LA로 바로 향하는 것이다.

HMM은 선박 부족이 예상되는 내년 2월까지 지속적으로 임시선박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업계는 이는 임시방편일 뿐 보다 구체적인 선·화주 상생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적선 적취율 확대다. 정부는 지난 2018년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서도 국적선 적취율 확대를 내세웠으나, 지난해 기준으로도 여전히 컨테이너의 적취율 수준은 40%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7월부터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우수선화주기업 인증제도’를 도입했으나, 아직까지 기업들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년은 안정적인 국내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선사들이 아쉬웠지만, 최근의 상황은 화주들 역시 국적선을 통한 안정적인 수출길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한쪽의 상황이 좋아지면 다른 쪽이 그만큼을 감당해야 하는 시소게임에서 양쪽 다 번갈아 가며 서로를 도울 수 있는 현명한 규칙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