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급 확대 방안 발표 앞두고 ‘재건축’ 몸값 상승…규제 완화 딜레마

문경란 기자
입력일 2020-07-28 15:04 수정일 2020-07-28 15:44 발행일 2020-07-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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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재건축 규제 완화가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 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강남 재건축 시장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다음주 당정 협의를 거쳐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설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 되면서 재건축 시장에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이에 강남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은 매매가 상승에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서울시도 정부에 재건축 규제 완화를 제안하고 있지만 정부가 규제 완화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6·17 대책에서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상황에서 정책을 뒤집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데다 재건축 사업 활성화로 인한 집값 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주 발표될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공공재건축 도입, 재건축 규제완화설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1일 열린 정부 주택공급방안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 참석해 현재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을 직접 거론하며 행정절차를 진행하자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뿐 만 아니라 건설업계에서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거듭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각각 정부 관계부처에 재건축 층수 등의 규제 완화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의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에 따르면 7월 셋째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1%로 집계됐다. 특히 재건축 등 주요 단지가 밀집해 있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모두 올랐다.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가 0.16%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남(0.06)·강동(0.03)·서초구(0.01%)가 뒤를 이었다.

이달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의 전용면적 76㎡짜리 호가는 24억원까지 치솟아있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지난 5월 17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6월에 20억원대를 회복했고, 이달 4층 아파트가 21억1300만원에 실거래 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고가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한 작년 12·16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속에 실수요자들의 추격매수로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 재건축 등 서울 주택 가격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6·17대책을 통해 재건축 규제 강도를 더 높여놓은 만큼 공공재건축이든 일반 아파트재건축이든 파격적인 혜택을 줘야 시장의 호응이 나올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현재 정부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2년 실거주 의무 요건, 안전진단 강화 등 겹겹의 규제로 재건축 동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처럼 재건축 규제 완화 요구가 빗발치자 정부에서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재건축이 주택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킨다고 판단하고 재건축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만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적으로 집값을 자극할 수 있고, 재건축 아파트 이주로 인한 전세 대란 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서울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공급대책으로는 사실상 재건축·재개발이 유일한데 6·17 대책에서 재건축 규제를 했기 때문에 번복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경란 기자 mg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