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냐, 포기냐…제주항공, 이스타 M&A 안갯속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20-07-16 14:56 수정일 2020-07-16 16:03 발행일 2020-07-17 3면
인쇄아이콘
2020071401000655000028251-tile
제주항공이 16일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 해제 관련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사진제공=각 사)

“우리 이만 헤어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요즘 세사에서도 흔히 있을 법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었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밀당(밀고 당기기)’은 ‘썸(남녀가 서로 밀고 당기며 교제의 여부를 타진하는 행위)’만 타다가 파경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게 인수를 위해 제시했던 ‘데드라인(계약 종결 시한)’이 지나자, 결국 ‘이별(계약해지) 통보’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16일 발표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 해제 관련 입장자료를 통해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 파기 수순으로 읽힌다. 이대로라면, 지난 3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545억원의 주식매매계약은 파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이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재매각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이스타항공에 선뜻 손을 내밀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배적인 분석도 이번 M&A의 비관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여럿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집행 등으로 재정 지출을 늘린 상황에서 정부가 항공 산업 미래 하나 보고 올해 1분기 기준 부채가 2200억원에 달하고, 추가적으로 항공기 리스 비용 부담 등이 따라붙는 이스타항공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손을 놓으려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규모 부채에다 추가비용 부담까지 떠 앉을 경우 자칫 모기업인 애경그룹에 적지 않은 재무적 부담을 주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계산도 이번 결정에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이 또,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말하며 여운을 남기기는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와 여론을 의식한 의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비춰 제주항공이 정부 중재 등 고려해 최종 결정만 미룬 상태라는 분석이 더 정확해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제주항공이 시간 만 못 박지 않았을 뿐 계약파기는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며, “업황이 바닥이고, 저비용항공(LCC)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어떤 대기업이라도 이스타항공에 매력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문제는 이스타항공의 향후 행보 내지 거취다. 현재(올해 1분기) 자본총계가 -1042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이스타항공인 만큼 새주인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번에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될 경우 현재 항공업은 물론 국내외 경기의 장기 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실적 만회는 고사하고 자칫 생존마저 불투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 때문이다. 이는 곧 현재 교착상태인 아시아나항공-HDC 현대산업개발간 M&A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