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영향" 1.5% 올라…사실상 0% 인상

용윤신 기자
입력일 2020-07-14 15:38 수정일 2020-07-14 16:32 발행일 2020-07-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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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가운데)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내년도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408만명(19.8%)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3월 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으로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4일 새벽 제9차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8590원에 비해 시간당 130원(1.5%) 인상된 수준이다. 인상률로 따지면 1988년 위원회 운영 시작 이래 최저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182만2480원으로 올해보다 월 2만7170원 인상되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 회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최초요구안으로 근로자위원이 16.4% 인상안을, 사용자위원이 2.1% 삭감안을 제시한 가운데 6차 회의에 가서야 양측이 1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14일 열린 9차 회의에서도 노사 양측이 간극을 줄이지 못하자 공익위원은 시급 8720원(1.5% 인상)을 제시했다. 이에 항의하며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5명 전원과 사용자위원 2명이 퇴장한 뒤 공익위원 단일안으로 표결을 실시·의결했다. 재적위원 27명 중 16명이 표결에 참석해 찬성 9명, 반대 7명으로 공익위원안이 가결됐다.

이날 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대해선 8월 5일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종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 모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나 이제까지 재심의가 진행된 사례는 없다.

지난 위원회의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오상봉 사회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올해 인상률에 대해 “사실상 0% 인상된 것이라 최저임금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 같다”며 “1.5%를 인상한 것은 산입범위 확대를 반영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 제도 특성상 저임금 노동시장에 약간의 압력을 주는 것이 맞지만 이런 압력을 배제하기 위해 1.5% 수준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계 주요 인상근거였던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만큼만 반영한 인상률이라는 것이다.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사용자는 실제 임금을 그만큼 덜 올려주고도 최저임금 위반을 면할 수 있게 된다.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단계적으로 확대돼 2024년에는 전액이 산입 범위에 포함될 전망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1만원을 지키리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던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망의 목소리도 컸다.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3년에 만원은 고사하고 임기내에 만원도 포기를 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2년 1만원을 위해서는 올해 10%에 가까운 인상이 필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초반 2년 연속 최저임금을 10% 넘게 인상했으나 이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언급하면서 공약 철회를 시도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 2.87%를 기록했다.

나 위원장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는 실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전국민 고용보험만큼은 확실히 추진해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