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독식 버거운 민주당, 재협상 나설까…통합당, 수용 안할듯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20-06-29 16:08 수정일 2020-06-29 16:20 발행일 2020-06-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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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불참 속 상임위원장 선거<YONHAP NO-3208>
사진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의원들이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거를 하는 모습. (연합)

1988년 민주화 이후 33년 만에 집권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롯이 국회를 책임지게 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대응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통과시킨 후 원 구성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최대 쟁점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6명 상임위원장을 제1야당 미래통합당을 무시한 채 선출하면서 비롯된 여야 갈등은 끝내 진화되지 못하고 29일 최종적으로 합의 결렬로 이어졌다.

통합당은 법사위원장 없이는 의미가 없다며 모든 상임위원장 포기 선언을 했고,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나머지 12명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통합당은 역시 불참했고, 범여권인 정의당마저 ‘비정상 국회’라고 일갈하며 상임위원장 투표를 거부했다.

어두운 표정의 김태년<YONHAP NO-3665>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운영위원장 당선 소감을 발표한 뒤 자리로 향하는 모습. (연합)

이로써 13대 국회부터 지난 20대까지 이어져왔던 상임위원장 배분 관행이 21대 국회에서 깨지게 됐다. 시기적으로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이른바 민주화 세력이 주축인 민주당으로서는 명분상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또 그간 국정에 차질을 빚을 때마다 내세웠던 ‘야당의 발목잡기’도 더 이상 변명으로 삼을 수 없게 된 것도 민주당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추경을 통과시킨 후에 통합당에 재차 원 구성 협상을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압도적 의석수상 우세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 등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들이 남아 있기도 해서다.

실제 지난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일단 추경 처리를 위해 상임위원장 일괄 선출을 하고, 통합당 몫으로 돌아갈 상임위원장들이 모두 사퇴한 후 통합당에 재협상을 요구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주당이 통합당에 제시한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정무위·교육위·문화체육관광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환경노동위 등 7곳이다.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정황도 있다. 추경 통과 후 사퇴를 염두에 둔 듯 당초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이라 상임위원장 후보에서 배제될 것으로 예상됐던 도종환·이개호·진선미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각각 문체위·농해수위·국토위인데 모두 통합당 몫으로 제시했던 상임위다.

본청 나서는 주호영<YONHAP NO-4619>
사진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을 나서는 모습. (연합)

다만 통합당이 재협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법사위원장을 가져가지 못하면 의석수상 절대 열세인 상황에서 실질적인 견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외 일부 상임위원장을 차지해봤자 여권 ‘들러리’만 서는 모양새가 되기 십상이라서다. 또 법사위원장 배분을 얻어낸다더라도 민주당이 법사위 견제력의 핵심인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밀어붙이면 ‘도로묵’이 될 위험 도 있다.

더구나 2022년 대선을 고려하면 정부·여당이 오롯이 국정책임을 지고, 통합당은 대여비판과 대안 마련에 집중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맥락에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제 국회는 민주당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우리는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으로 남은 일년여 뒤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에 불탄다면 오히려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