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4' 총수들… 'K-배터리 동맹' 나섰다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20-06-22 15:43 수정일 2020-06-22 22:02 발행일 2020-06-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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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경영진이 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LG그룹 경영진과 미래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창공장 본관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자리를 함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K-배터리 동맹’을 위한 국내 대표 그룹 총수들의 행보가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장과 배터리 업체의 수장들이 잇따라 회동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고성능 친환경차 트렌드 때문이다.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기차 개발의 핵심인 고성능·고효율 배터리 확보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가파른 수요 확대로 향후 1~2년 이내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것도 배터리 동맹 결성의 주요한 배경이다. 오는 2025년 전기차 배터리를 선점하는 기업이 전기차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는 국내외 전망까지 더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기업 총수와의 만남을 위해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는 명확해진다.

특히 세트와 부품의 협력에서 국내 업체들이 중심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중 무역 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해외보다는 국내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총수들의 회동이 현대차의 미래 전기차 전략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기아차는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 6.6%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현대차와 SK 측 모두 ‘정해진 일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방문해 최 회장과의 ‘완성차-배터리 업체’ 간 협력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총수들의 회동은) 차세대 배터리 동맹뿐 아니라, LG그룹의 자동차부품사업부 등 기업 간 시너지를 통해 정 수석부회장이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선점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 부품의 글로벌 소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협력을 끌어낸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라고 진단했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