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마주보고 달리는 남북열차…뾰족한 해법없는 문재인 정부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20-06-17 15:56 수정일 2020-06-17 16:11 발행일 2020-06-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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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기업협회 기자회견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남북관계가 시계제로 상태에 놓였다. 남과 북의 관계가 지난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지난 16일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6·15공동성명 20주년 기념사에 대해 폄훼하자 남측 정부도 북측의 행태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면서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시작된 북측의 대남 비난만 하더라도 정부는 공식적인 반응을 제재하며 원론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사태 관리에 애를 썼다. 이러한 노력에도 북측은 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하고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조롱하는 등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 향후 북한이 대남 비난이나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처럼 남북이 강하게 맞부딪히는 형국으로 흘러가면서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이뤄졌던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강경노선으로 돌아선 것은 4·27 판문점공동선언의 결과물이자 훈풍이 불었던 그간의 남북관계를 대변했던 공동연락사무소가 폭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4·27 판문점공동선언이 사실상 무효화 됐고, 당분간 남북간 관계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으로 읽힌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판문점 공동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추진이 유효하냐는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무리가 아니겠냐”고 답했다.

또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도 시사한 마당에 강경한 대응으로 맞서지 않는다면 향후 있을 남북 관계에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남측이 꺼낼 수 있는 카드도 없다는 것도 한몫 했을 것이란 분석도 더해진다. 문재인 정부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북측에 던질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냈지만, 북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연락사무소 폭파에 비공식적으로 제의한 특사카드도 조롱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흐르면서 남북관계는 당분간 급속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이 언급한대로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 됐다면서 “개성공단의 완전 철거, 그리고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도 시사(했기에), 북한은 곧바로 신속하게 개성공단의 완전 철거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남북 정상 간 비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희망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양측이 냉각기 이후 다시 신뢰를 쌓는다면 관계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올바른 실천으로 보상하라’는 언급과 관련해 “대북 전단 문제이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던 말보다는 실천을 통해 신뢰를 다시 쌓아야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