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대책 '평가'] 과도한 규제에 서민들까지 내집마련 문턱 높아져

채훈식 기자
입력일 2020-06-17 12:28 수정일 2020-06-17 17:43 발행일 2020-06-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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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풍선효과와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천정부지로 집값이 오른 상태에서 규제지역 확대와 대출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들의 문턱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금 부자들만 주거가치가 높은 주택을 매입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져 집값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 유입을 막아 풍선효과 줄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앞선 20번의 대책들 처럼 약발이 단기기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을 충분히 늘리고 막대한 유동성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정부는 수도권 접경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가운데 안산 단원구, 인천 연수, 남동, 서구 일대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또 대전과 청주 지역 역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중 대전 동,중,서,유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에는 50%, 9억원 초과엔 30%가 적용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묶이는 한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고 9억원 초과 주택의 LTV가 20% 적용되는 등 강력한 규제가 가해진다.

또 일명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전세자금대출 보증 이용 제한도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으면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6개월 이내에 전입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과 지방에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동시에 지정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풍선효과로 가격이 급등했던 지역은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규제지역 확대를 통한 세제 강화와 대출 규제 집중은 여느 정책 못지않게 규제의 수위가 높은 편”이라며 “규제지역 주택구입에 대해 실입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갭투자 및 원정투자 수요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초강수 규제로 현금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들까지 집을 사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광석 리얼모빌리티 이사는 “과도한 수요억제책이 남발되면서 결과적으로 서민을 위한 집값 안정이라는 주택정책 목표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 랩장 역시 “수요 억제책이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위축시킨다”며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한 도심지역의 꾸준한 주택공급을 통한 정비사업의 공급방향 모색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의 규제가 전월세 가격불안이라는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능수 우리은행 WM자문센터 팀장은 “이번 대책으로 매매 거래가 위축되면서 전세수요는 더 늘어나고 전입 의무로 인해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