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이용수 할머니 힘 싣고 ‘과거사 극복·대여공세’ 일거양득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20-05-25 16:19 수정일 2020-05-25 17:40 발행일 2020-05-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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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미래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곽상도 위원장(가운데)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의 부동산 내역을 공개하는 모습.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부정사용 등 의혹 관련 2차 기자회견을 한 25일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이는 그간 통합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왔던 ‘과거사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동시에 대여공세도 하기 위해서다. 해당 의혹의 발단이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인 만큼 민주당이 통합당에 ‘친일 프레임’을 씌울 수 없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내세우고 정작 본인들은 내역도 알지도 못하는 모금을 해왔고, 국회의원직도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취했다고 거세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잇달아 제기돼온 의혹들을 밝히고 윤 당선인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건 들어 보이는 이용수 할머니<YONHAP NO-2850>
사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문건을 들어 보이는 모습. (연합)

통합당은 기자회견 이후 발 빠르게 논평을 내 민주당에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황규한 부대변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아픔과 질곡의 삶도 모자라, 이런 회견을 해야 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감히 짐작을 할 수도 없다”며 “윤 당선인과 민주당이 답할 차례다. 여전히 할머니의 기억이 왜곡되었다고 할 텐가. 그도 아니면 비례대표 신청했던 사람이라며 호도할 텐가”라고 반문했다.

이용수 할머니를 등에 업고 윤미향 사태를 고리로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다. 시민단체가 주요 지지층인 민주당은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에 통합당은 대여공세를 지속해 21대 국회 개원 전부터 기선제압을 하려는 모양새다.

논평에 이어 통합당은 TF 1차 회의를 열어 지도부가 직접 비판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걸 봤는데 오죽 답답하면 구순이 넘는 연세에 울분을 토하며 마이크를 잡았겠나”라며 “검찰이 정의연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는 건 도리가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서 모든 의혹들을 들여다 보고 의혹들을 낱낱이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TF 활동을 국민에 보고하고 해소가 안 된다면 국정조사 추진까지 검토하는 등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고, 소중한 기부금이 투명하고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관련법도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조사와 관련해 TF 위원장을 맡은 곽상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에선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고 하는데, 이를 위해 국정조사에 나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유치원3법
사진은 지난 2018년 12월 27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신속처리(패스트트랙)를 위해 투표지가 준비돼 있는 모습. (연합)

앞서 통합당은 TF를 통한 국정조사 추진과 공익단체 회계투명화 입법 검토를 공식화한 바 있다. 특히 입법의 경우 과거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태를 계기로 범여권이 유치원3법을 주도한 바 있는 만큼, 크게 열세인 의석에도 관철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윤미향 사태를 고리로 한 대여공세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대 윤미향’ 구도로 둬야지, 통합당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자칫 정쟁거리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당선인은 “윤미향 사태는 국민과 언론이 분노를 하는 큰 이슈다. 우리가 잘못 건드리면 ‘민주당 대 통합당’이라는 정쟁으로만 잘못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우리 당이 역할을 할 건 하되 지나치게 공세 수위를 높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