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 연말정산?…“법이 문제”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20-04-27 16:09 수정일 2020-04-27 16:12 발행일 2020-04-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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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안과 앞에 놓인 2차 추경안 관련 서류<YONHAP NO-2813>
사진은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서류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 놓여 있는 모습. (연합)

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당초 소득 하위 70%에 한했던 지급대상은 여야정 간의 격론 끝에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데 가닥이 잡혔지만, 고소득층을 고려한 ‘사후 정산’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정부·여당은 ‘전 국민 지급 후 기부 환수’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하위 70% 대상이던 정부 방침을 선회시킨 대신 상위 30%에 대해 기부금 공제로 지원금 환수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공제율은 기부액의 15%로, 4인 기준 지급되는 100만원을 기부하면 15만원의 소득공제를 받는다.

해당 안의 문제는 우선 ‘선의(善意)’라는 불확실성이다. 국회 심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는 상위 30% 대상 지급을 위한 재원은 모두 국비로 충당한다. 기부를 중앙정부가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선의에 맡겨져 얼마나 환수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국가재정 운영에 들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기다 현행법상 지원금을 소득으로 여겨 기부로 볼 수 있는지, 나아가 미수령의 경우 기부로 치부할 수 있는지, 소득공제 한도가 다 찬 경우는 어떻게 할지 등 논란이 따라온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기부는 하고 싶어도 법제가 제대로 돼있지 않아 꺼려하는 상황인데,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만 공제를 보장하겠다는 식으로 하는 건 정부에 대한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급조해 아마추어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또한 세법 해석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 관계자는 “환수된 지원금에 소득공제를 하는 건 기술적으로 어려움은 없다. 다만 그러려면 재난지원금 미수령을 기부로 본다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법률 해석을 달리 할지 시행령을 통해 해야 하는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전 국민 지급 후에 따로 환수하지 말고 연말정산에 적용하자는 대안이 나온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21대 총선 서울 강남구병에 당선된 유경준 국회의원 당선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선별지급은 작년과 현재 경제상황 차이가 커 기준을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우선 모두에게 지급하고 연말정산이나 근로소득세제(EITC)를 하는 방식으로 사후 정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안도 법률 미비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재난지원금을 연말정산에 포함시킬 항목으로 추가하고 소득 수준별로 어떻게 사후 과세로 적용할지는 법률 개정 사안이다. 또 현행 세법과 국세청의 소득 포착 상황상 국민의 절반가량은 세금을 내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지급 후 연말정산에서 사후 정산을 하는 게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문제는 법에 재난지원금을 연말정산에 어떤 식으로 포함되는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려면 내년 예산안 부수법안에 넣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사실상 임금근로자 소득만 주로 포착되는 상황이라 알맞은 방책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정산은 소득자에게만 하는 건데, 그 과세 대상자가 전체의 절반에 그치기 때문에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여전히 신고도 안 하고 세금 한 푼 안 내는 사람이 많다”며 “1회성이니 이 정도 돈은 그냥 전 국민 지급을 하고, 민간 고용 유지 등 더 큰 사안에 쓸 재정을 신경 쓰는 게 정치권이 해야 할 더 중요한 고민”이라고 비판했다.

김윤호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