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코로나19’ 엎친 데 덮친 ‘두 단장 체제’ 국립오페라단, ‘조기 폐막’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3-13 17:00 수정일 2020-03-24 16:12 발행일 2020-03-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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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Talk]
국립오페라단장
국립오페라단은 이례적으로 ‘두 단장 체제’를 맞았다. 박형식 제13대 단장 겸 예술감독(왼쪽)과 제12대 윤호근 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설상가상’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두문불출하거나 힘겹게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공연계에 엎친 데 덮친 격의 사태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국립발레단의 무용수들이 코로나19 자체 자가격리 중 일본여행, 사적활동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더니 이번주는 국립오페라단이 이례적인 두 단장 체제를 맞았다. 지난해 5월 취임 1년 3개월만에 해임됐던 제12대 국립오페라단 윤호근 예술감독 겸 단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했던 해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채용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공연기획팀장을 채용했다는 이유로 문체부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은 윤 전 단장은 지난해 6월 해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6일 서초동 행정법원에서 열린 그 소송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서울행정법원 제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이어 해임 처분 집행을 최종 확정까지 정지한다고 판결함으로서 윤 전 단장(임기 2021년 2월 8일까지) 해임 후 지난해 10월부터 박형식 신임 단장(임기 2022년 9월 30일까지)이 이끌던 국립오페라단의 두 단장 체제는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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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은 임시 사무실과 출입증, 물품 등을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전현직 단장이 동시에 출근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윤 전단장이 수일 내 출근할 뜻을 내비쳤고 문체부는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본안 소송(해임 처분 청구 소송)에는 항소, 집행정지에는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립오페라단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의 습격과 ‘두 단장 체제’라는 이례적인 변수에 재단 출범 20주년은 논란과 혼란으로 얼룩졌다. 더불어 함께 하기로 한 국립극장 70주년 기념 신작 ‘빨간 바지’(3월 27, 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를 비롯한 ‘서부의 아가씨’(4월 9~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베스트컬렉션’(5월 8, 9일 명동예술극장) 등은 이미 연기·취소됐거나 후속 조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에 “단 자체가 소송 주체가 아니다 보니 어떤 입장을 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일단 지켜보면서 (단원들과 직원들은) 동요하지 않고 각자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오래 전부터 문제로 제기되던 단장과 예술감독 겸직제 변화로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박형식 단장은 “단장 겸 예술감독이지만 지금까지는 후자의 기능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한쪽으로 쏠리기도 했다”며 작품마다 혹은 시즌제로 예술감독을 선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 오페라 전문가는 “단장과 예술감독 분리가 두 단장 체제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셜록 홈즈 출연진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

4월 19일까지 공연예정이던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은 배우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8일 조기 폐막을 알렸다.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은 트릴로지(3부작)로 기획된 ‘셜록 홈즈’ 시리즈’의 두 번째 시즌이다. 2011년 첫 번째 시즌 ‘앤더슨가의 비밀’, 2014년 두 번째 시즌 ‘블러디게임’을 초연했고 괴도 루팡과의 대결을 다룬 세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은 미제사건으로 남은 ‘잭 더 리퍼’를 모티프로 명탐정 셜록 홈즈(송용진·김준현·안재욱,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와 제인 왓슨(이영미·여은·최우리), 런던 경시청 클라이브 형사(산들·이지훈·켄) 등이 풀어가는 범죄 수사물이다.

제작사 메이커스프러덕션은 9일 예매처 공지를 통해 조기폐막을 알리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배우, 스태프, 관객 등의 안전을 위해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8일 공연 후 팬들을 만난 안재욱은 자신을 제외한 배우들은 폐막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고 알리고 투자자 대부분이 빠져버린 상태에서 임금 지불도, 신규 투자도 어려워진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들었지만 결국 공연계의 고질적인 ‘임금체불’ 문제로 조기폐막한 뮤지컬 ‘위윌락유’ ‘영웅본색’의 전철을 밟는 모양새다.

10일 메이커스프러덕션은 “투자사가 빠져 공연이 취소됐다”는 보도에 “높은 예매 취소율로 매출이 급감함에 따라 투자사와 공연장 쪽에서 공연 중단을 제안했다”며 “투자사 역시 내년 6월 이전에 공연을 다시 재개한다는 조건으로 공연 취소를 제안했고 내부회의 결과 조기폐막을 급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입장을 전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출연료 및 페이 지급에 대한 ‘브릿지경제’의 문의에 메이커스프러덕션 관계자는 “3주 간 공연된 부분은 대부분 지급됐다”고 답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