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갈 곳 잃은 투자금… 부동자금 1045조, 위험자산으로 쏠릴까

홍예신 기자
입력일 2020-03-08 10:18 수정일 2020-03-08 17:11 발행일 2020-03-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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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이 강해지고 있어 부동자금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 결국에는 수익을 좇아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가 지난해 12월 말 현재 1045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978조원이었던 시중 부동자금은 11월(32조7000억원 증가)과 12월(34조8000억원 증가)에 30조원 넘게 급증하며 1000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후로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내려가며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표적인 안전상품인 정기예금은 금리가 내리막길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잔액 기준으로 지난해 3월 2.02%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떨어지기 시작해 그해 10월 1.82%, 11월 1.79%, 12월 1.76%로 1.7%대까지 내렸다.

이에 따라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771조1000억원에서 12월 말 742조6000억원으로 34조5000억원이나 줄었다.

이에 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정기예금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1월 전월 대비로 1조2000억원 늘었다가 2월 26일 현재 전월 말보다 1조4000억원 줄었다. 지난달 26일 잔액(645조9000억원)이 지난해 12월 말(646조1000억원)보다 적다. 이와 달리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올 1월 482조1000억원에서 2월 26일 498조8000억원으로 16조7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1000조가 넘는 부동자금의 향방이 주목된다. 호주 중앙은행(RBA)이 이달 초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내렸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캐나다도 미국에 이어 0.5%포인트나 ‘주요 7개국’(G7) 차원의 정책공조가 본격화한 모양새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이 확실시된다. 단지 그 시기와 인하 폭만 미지수다.

홍예신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