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 양극화… 사모펀드 1인당 판매액, 공모펀드 38배

홍예신 기자
입력일 2020-02-11 08:50 수정일 2020-02-11 09:05 발행일 2020-02-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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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산가용인 사모펀드의 개인 고객 1인당 판매 규모가 공모펀드의 38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격차는 사모펀드 규제가 2015년 대폭 완화된 이후 더욱 벌어졌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사모펀드 개인 투자자(계좌 수 기준)는 9만4000명이며 판매 잔액은 23조9000억원으로 1인당 판매액은 2억5000만원 규모다. 반면에 공모펀드 개인 투자자는 1290만명이며 판매 잔액은 85조7000만원으로 1인당 판매액이 665만원 정도로 사모펀드 개인 고객 1인당 판매액이 공모펀드의 38.2배 수준이다.

사모펀드와 공모펀드의 개인 투자자 1인당 판매액은 2015년 이후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의 경우 개인 투자자 1인당 판매 규모가 지난 2015년 말 9000만원 수준에서 2016년 말 1억원, 2017년 말 1억6000만원, 2108년 말 2억3000만원 등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역시 증가세가 이어졌다. 이에 반해 공모펀드의 경우에는 2015년 말 874만원에서 2016년 말 791만원, 2017년 말 661만, 2018년 말 633만원으로 계속 줄다가 지난해 소폭 늘었다.

이로써 사모펀드 개인 투자자 1인당 판매 규모는 2015년 말 공모펀드의 9.9배 수준에서 지난해 말 38.2배로 급증했다. 이같은 격차는 정부가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2015년 사모펀드 운용사 진입 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문턱을 낮추고 사모펀드 설립요건도 ‘사전등록’에서 ‘사후보고’로 변경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던 바 있다. 이에 사모 전문 운용사가 크게 늘어 사모펀드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사모펀드는 그 자체가 규제가 적고 자금 운용도 자유로운 편이다. 공모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점도 큰 유인이다.

개인 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전체 판매액은 2015년 말 12조 원에서 지난해 말 24조 원 수준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이 기간 공모펀드 판매액이 100조 원에서 86조 원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최소 가입금액이 1억 원인 사모펀드가 자산가를 위한 금융상품이라면 공모펀드는 일반 서민의 자산 증식과 노후생활 준비를 위한 상품인 셈이다.

이같은 격차에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공모펀드 시장 침체의 원인과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운용 역량 강화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려는 자산운용사의 자구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별도의 자문이나 권유 없이 단순판매 서비스만 영위하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거나 저비용으로 자동화된 자문을 제공하는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인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예신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