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이자스민 "정부의 이주민 정책, 미래 보이지 않아…이주민 위한 컨트롤 타워 필요"

표진수 기자
입력일 2020-02-12 07:40 수정일 2020-02-12 15:07 발행일 2020-02-12 16면
인쇄아이콘
[인터뷰] "이주민들의 인권, 폭력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총리실 산하 외국인 정책위원회 등이 있지만, 힘이 있는 위원회 아냐"
"총선, 어려운 싸움이지만, 이주민 수혜자가 아닌 당당하게 경쟁에 붙어 이길 것"
2
이자스민 전 의원이 최근 국회 본청에서 가진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에 이주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없어 이주민들의 목소리들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준 기자

“우리 정부의 이주민을 위한 정책은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있어 10~20년 후를 대비 할 수 없다.때문에 이주민을 위한 컨트롤 타워를 확고히 하고 이주민 정책을 추동력있게 끌고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은 최근 국회 본청에서 가진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이주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없어 이주민들의 목소리들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유일하게 국무총리실 산하에 외국인 정책위원회,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등이 있지만, 사실상 힘이 있는 위원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이주민들의 인권, 폭력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주민들은 앞으로 10~20년 후를 대비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이민사회기본법 △이주아동권리보장법 △이주민 가정폭력 특례법 등을 대대적으로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는 “비례대표 순번 선정을 위한 정의당에서 당원과 시민선거인단을 대상으로 경선을 치르게 됐는데, 불리한 상황이다. 당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어려운 싸움이기는 하지만, 이주민 수혜자가 아닌 당당하게 경쟁에 붙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1
<p>이자스민 전 의원이 최근 국회 본청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당시 새누리당 소속 의원으로 임기가 끝난 후 조용한 삶을 지낸 것 같은데, 어떻게 지냈나.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고 2년 동안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휴대전화에 깔린 어플도 다 지우고, 방송 뉴스도 보지 않았다. 여의도에 바른미래당이 생긴지도 몰랐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지난해에는 비정부기구인 한국문화다양성기구를 만들어 활동을 했고, 다문화와 관련된 강연이나 문화 행사를 많이 다녔다. 2013년부터 해온 꿈드림 학교도 계속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가 벌써 7기다.또한 생업으로 교통방송(tbs) 영어라디오 프로그램을 하면서 지내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이 전 의원 영입을 했는데, 어떻게 승낙을 하게 됐나.2018년도에 김종대 의원이 전화를 해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을 살리고 싶은데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당시 초면이었다.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두고 김 의원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나에게도 이법은 매우 중욯한 법안이었다.나와 마찬가지로 김 의원이 이 법안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생각했고 심 대표도 관심이 많다고 언급을 했다. 당시 심 대표도 이주민을 약자라고 생각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법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께 심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심 대표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주민 정책 활동을 위해 누가 적합한지 물었는데 대부분 저를 얘기했다고. 그래서 다시 정치활동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고, 처음에는 생각을 해보겠다고 한 뒤 세 번 정도 만나 결정을 하게 됐다. 또한 새누리당(현재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고는 관련 기사 댓글에 욕도 많았다. 다만 옛날부터 익숙한 상황이라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었다. 다만 최근 당적을 옮기고는 칭찬과 응원의 글이 많아진 것을 느끼기도 한다. 

2.5
<p>이자스민 전 의원이 최근 국회 본청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의당은 이념이 완전히 극과 극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당적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나.전혀 없었다. 이주민과 관련된 이야기는 미래의 새로운 화두이고, 이건 역사와 이념의 싸움이 아닌 어느 당에서든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의당은 약자를 대변하는 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의당에 입당했을 때 이주민과 다문화 관련해서 어떤 법안을 냈냐고 물어봤더니 정의당에서 조차 관련 법안이 하나도 없었다. 장애인과 여성, 성소소수자 등 많은 의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주민 전문가가 없었다. 정의당도 이제는 그 기반을 만들고 그 기반을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당선 된다면, 이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중구난방으로 바뀌는 이민, 다문화 정책 관련한 컨트롤 타워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이민사회기본법’과 ‘이주아동권리보장법’ 등 이 통과되도록 노력을 할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외국인 정책위원회,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등이 있지만 1년에 한, 두 번 열리는데 불과하다. 중복 사업도 많다. 특히 이주민사회기본법을 만들 당시는 국회의원 임기 막바지였다. 시간이 지나 설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직접 관련 상임위에 들어가서 제안 설명만 하다가 끝났다. 이주민 정책들은 10~20년 길게 내다보고 대한민국의 다문화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가야할지를 판단해야하는데, 컨트롤 타워가 없다보니 중구난방 매번 바뀌고 이후 대응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사실 이주민들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데려왔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우리나라 공장에서 일 손이 부족해 데려왔고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역시 정부가 주도한 국제결혼 사업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막상 데려오니 이주민 여성들이 매를 맞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이런 것을 막을 계획조차 없었다.

이주아동권리보장법도 마찬가지다. 처음 이 법안을 준비했을 때는 이주아동은 2만명에 불과했는데,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3만명으로 늘었다.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은 불법체류자의 자녀인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안으로 우리 정부가 비준한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틀을 땄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주민들도 같은 인권 개념으로 봐야한다. 이제 이들 법안들을 정의당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고, 21대 총선에 당선 된다면 이들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3
<p>이자스민 전 의원이 최근 국회 본청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근 다문화 가정폭력 이슈가 다시 회자 되고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주변에서 한참 동안 언론에서 다문화 가정폭력에 대해서 언급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다문화 정책과 관련해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가정폭력은 재범률이 아주 높다. 경찰에서도 가정 해체 방지를 위해 좋게 합의보기를 원하는데 이것이 재범을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주여성의 경우 일반여성보다 토로할 곳이 없다. 더구나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은 없고, 결국 피해자만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이번 총선에서 당선이 된다면 지난 19대 국회 의원 당시 발의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도 다문화인권 전문가 원옥금씨를 영입했다. 어떻게 생각하나.알고 있다. 정옥금씨는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을 했던 친구고, 이주여성 인권센터 강연 등 행사에서 자주 마주친다.

그가 경쟁상대라고는 생각하지 않다. 정말 좋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조금인데, 더욱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한다. 그래서 SNS에 환영한다고 글도 작성했다. 정말 이제는 덜 외롭다.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에 관심을 가져야하다.

또한 국회에는 상임위가 많은데, 제가 모든 상임위에 들어가지 못하니 나눠 들어가서 상임위별 의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내용을 다뤘으면 좋겠다. 자유한국당에서도 인재영입이 필요하다.

20200210-IMG_4582
<p><span style="font-weight: normal;">이자스민 전 의원이 최근 국회 본청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두고 중국 등 다른 국가 이주자에 대한 입국 제한도 나올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실제로 25번째 확진자인 한국인 남성은 중국을 다녀와서 신종 코로나에 걸렸고, 26번째 확진자는 중국인 여성으로 25번째 확진자의 배우자다. 이들과 관련된 기사의 댓글을 보면 입에 담을 수 없는 댓글도 정말 많다.

우리 정부에서도 많이 고민하고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다문화가정에게도 상처 줄 수도 있다는 상황이 안타까운 심정이다. 다문화이주민들은 태어난 곳만 다를 뿐 행적은 똑같다. 외국인이라고 선을 긋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의당에서 비례대표 후보가 되려면 당원들의 투표를 통해 당선돼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당원을 대상으로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번에 당원 70%, 시민선거인단 30%로 진행된다. 아시다시피 당에 들어 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조직도 없어 불리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당원을 설득하는 방법 밖에 없다. 어려운 싸움이기는 한데 그래도 해보려고 한다. 나는 영입 수혜자가 당원으로서 당당하게 붙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대담=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정리=표진수 기자 vyvy@viva100.com

△이자스민 전 의원은 누구

이자스민 전 의원은 필리핀 태생으로 지난 1998년 귀화한 뒤 결혼이주여성 봉사단체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을 맡아 다문화가정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서울특별시 글로벌센터에서 외국인생활지원과 주무관으로 일하며 외국인 공무원 1호가 됐다. 이후 KBS 러브 인 아시아와 EBS 한국어 강의 등 방송 활동도 해나갔다.

이후 잠깐 배우로도 일해 영화 ‘의형제’와 ‘완득이’에 출연했다. 특히 완득이 어머니 역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널리 알리게 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귀화인 국회의원으로 2012년에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돼 정치인이 됐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이 전 의원은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탈북민들의 인권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가정폭력피해자 문제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이후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에는 정의당에 입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