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사의 때늦은 ‘이상문학상 미발표’ 입장 표명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2-05 11:00 수정일 2020-02-05 10:17 발행일 2020-02-05 99면
인쇄아이콘
LeeSang
지난해 이상문학상 작품집(사진제공=문학사상사)

올초 불거진 제44회 이상문학상 관련 저작권 처리 문제에 대해 두문불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던 문학사상사가 한달여를 보내고서야 입을 열었다.

문학사상사는 4일 오후 ‘제44회 이상문학상 관련 물의에 대한 (주)문학사상의 공식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제44회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그간 모든 일련의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끼는 바”라며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께 큰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했다.

“올해 이상문학상 발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문학사상사는 “현재 문제가 된 이상문학상 수상자와의 계약 합의 사항에 대해 전면 시정”과 “이상문학상 수상작의 저작권과 관련한 상세 조항을 시대의 흐름과 문학 독자의 염원, 또한 작가의 뜻을 존중하여 최대한 수정·보완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학사상사가 발표한 개선 내용은 “기존 이상문학상 수상자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숙의와 논의 과정을 거칠 것”과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에 관한 사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하고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다.

더불어 입장 표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 데 대해 “최근 경영 악화로 본사 편집부 직원들이 대거 퇴직하며 일련의 상황에 대한 수습이 원활하지 못했다”며 “수년간 수상 안내 및 합의서 전달 과정에서 통일된 형식으로 업무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과오를 발견, 이에 대한 사실 확인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직원의 실수’라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불공정한 조항을 담은 계약서를 이유로 5명의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 중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수상을 거부했고 지난 2일에는 지난해 대상수상자 윤이형 작가는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다.

‘저작권 인식 부족’과 ‘시대정신과 시대를 요구하는 감수성 미인지’를 통감했다고 밝힌 문학사상사가 “이상문학상의 권위를 되찾고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향한 진정 어린 질타와 충고를 기꺼이 수용해 그 어떤 수고도 감당하겠다”는 입장을 어떻게 지켜나갈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