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홍콩H ‘휘청’… ELS 조기상환 우려 커지나

홍예신 기자
입력일 2020-02-02 13:20 수정일 2020-02-02 13:20 발행일 2020-02-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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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가운데) 사무총장 등 간부들이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자문 기구인 긴급 위원회의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WHO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사태’(PHEIC)를 선포했다. [제네바=AFP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여파로 아시아 증시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1일 기준 홍콩H지수는 10240.51로 마감했다. 작년 8월 홍콩시위 여파로 9700선까지 떨어졌던 홍콩H지수는 최근 홍콩시위가 잠잠해지면서 1만1300선까지 회복세를 보였지만 신종 코로나로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1일에는 우한 폐렴 확산 소식에 홍콩 H지수가 하루 만에 3.19% 급락하면서 1만1000이 무너졌다. 지난 17일 11419.91까지 올랐던 H지수는 신종코로나 이슈가 불거진 이후 급락을 반복하며 1179.4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10여일만에 홍콩 H지수는 10.32%나 내렸다.

홍콩 증시가 급락하면서 관련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한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ELS가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접어들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50조9338억원이었다.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월별 발행액은 홍콩 시위 격화로 지난해 4월 7조5283억원에서 12월 1조9256억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들어 이달 30일까지 다시 2조8948억원으로 늘었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발행금액이 1조9685억 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4778억 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홍콩시위가 잠잠해지면서 H지수 상승으로 조기상환 금액이 증가하면서 이를 재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ELS 시장도 다시 위축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기에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무디스가 홍콩 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Aa3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홍콩 연계 ELS에 악재가 겹쳤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사스 확산 당시인 2003년 상반기 세계 주식시장의 최대 하락 폭은 10% 내외 수준이였다. 그 당시 항셍지수도 10.2% 하락했고 S&P500과 코스피의 최대 하락 폭은 각각 9.0%, 17.9%를 기록했다. 당시 상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는 사스 발생 당시 급락한지 2주 정도 만에 낙폭을 만회했지만 생각보다 신종코로나의 확산세가 빠르고 강해 더 큰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크게 원금손실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주식시장의 약 60%가 중국 본토기업인 가운데 H지수는 모두 중국 블루칩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은 시장이 단기적 악재로 인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한 지역을 제외하고 확진자 수 비중과 치사율이 낮고, 올해 중국 정부의 정책 강화 등으로 경기 및 실적 충격이 1분기에 국한될 수 있어 3월부터 지수 반등 시도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예신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