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루트자산운용 “최대 1800억 규모 환매 연기”…커지는 사모펀드 불신

홍예신 기자
입력일 2020-01-28 14:00 수정일 2020-01-28 14:20 발행일 2020-01-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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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펀드런·환매중단 등 사모시장 전반으로 확산 우려"
알펜루트
(CI=알펜루트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의 불똥이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로까지 번지고 있다. 라임운용이 1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를 연기하면서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이에 증권사들이 운용사를 상대로 적극적인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의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계약 해지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라임불똥’ 맞은 알펜루트자산운용 “최대 1800억 규모 환매 연기”

28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이하 알펜루트)은 에이트리 등 개방형펀드 3개의 환매 연기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환매 규모는 최대 1817억원 규모다. 알펜루트는 2월 말까지 최대 26개의 펀드의 환매가 연기될 수 있다며 환매 연기 규모는 극단적인 최댓값을 가정해 추산했다고 밝혔다.

알펜루트가 이번에 환매 연기을 결정한 펀드는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알펜루트 비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 ‘알펜루트 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 이외 개방형 펀드의 경우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 연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펀드에 레버리지를 일으켜준 증권사들이 갑자기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촉발된 유동성 문제로 파악된다. 알펜루트의 TRS 계약 금액은 436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5% 수준으로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증권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펀드 자금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계약이다. 통상 레버리지를 2배 일으킬 수 있다. 운용사가 100억원 규모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면 증권사가 100억원을 더 얹어 총 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주는 식이다.

알펜루트측은 라임 펀드들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알펜루트 관계자는 “메자닌과 무역금융에 포트폴리오가 집중된 라임과 달리 알펜시아는 벤처기업과 상장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며 “알펜루트 운용자산 중 사모사채나 메자민 자산 비중은 최대 7% 수준이며 무역금융 자산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TRS 계약을 통해 200% 자금을 운용할 수 있어 흔한 계약이지만 라임 사태의 공포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투자금 회수가 일어나면서 환매가 연기 된 것 같다”며 “비슷한 상황에 부딪힌 운용사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개방형 펀드는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대거 환매를 요구할 수 있어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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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잇단 TRS계약 해지, 전체 사모펀드시장에 악영향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사모펀드 설정액은 413조2115억원으로 작년말보다 8025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월평균 6조6000억원씩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사모펀드 시장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거기다 라임사태 이후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운용사들을 상대로 한 차입금 회수가 더욱 본격화될 경우 자산운용업계 전반으로 ‘펀드런(대량 환매)’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이 TRS 계약으로 자금을 대준 운용사는 20곳에 육박하며 해당 자금 규모는 총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운용사를 상대로 TRS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위법 사항은 아니다. 다만 증권사들의 TRS 계약 해지가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해당 자금을 돌려주면 다른 자금으로 메워야 하지만 보유자산 매각 등 현금화가 당장 어렵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알펜루트 TRS계약 해지는 해당 증권사의 내부통제, 준법감시 등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업무에 따른 조치일 것”라며 “라임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확대되면서 업계가 위축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투자금을 회수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무리 내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계약 해지를 진행했더라도 갑작스럽게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비오는데 우산을 뺐는 모양새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 법상 TRS 계약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만이 할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만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예신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