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연기"… '라임사태 불똥' 맞은 알펜루트자산운용

홍예신 기자
입력일 2020-01-28 09:30 수정일 2020-01-28 10:08 발행일 2020-01-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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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원 규모 '에이트리펀드' 환매 연기
1700억원 규모 25개 펀드 환매 연기도 고려
알펜루트 "담은 자산 우량…  TRS 계약 해지로 일시적 연기"
알펜루트
(CI=알펜루트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의 불똥이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로까지 번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펀드 운용 자금을 지원해준 자산운용사에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잇달아 해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이하 알펜루트)은 이날 환매 청구 주기가 돌아오는 567억원 규모의 개방형 펀드 ‘에이트리’의 환매를 연기하기로 했다. 또 이후 다른 25개의 펀드(총 설정액 약 1730억원)에 대해서도 환매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대형 증권회사들이 헤지펀드에 제공하던 TRS계약을 회수하기로 하기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알펜루트운용의 이번 환매 연기 사태는 그동안 이 회사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한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지원한 자금 총 460억원가량을 회수하겠다고 최근 통보하면서 비롯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금액 일부에 대해서도 환매를 요청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에는 계약 만기가 된 TRS 금액에 대해 상환을 요구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킬 수 있어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증권사가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 자금을 돌려주고 다른 자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겪을 경우 펀드 전체의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환매가 연기될 첫 번째 펀드인 에이트리 펀드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의 TRS 자금 19억5000만원가량이 투입됐는데, 주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등에 투자돼 당장 현금화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문제에 빠졌다.

알펜루트운용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자산은 우량하고, 그동안 이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며 “그러나 증권사들이 TRS 유동성을 일시에 회수하고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에이트리 펀드의 경우 해당 자산을 실제로 팔면 얼마나 될지 가늠이 잘 안 되는 상황이고 다른 펀드들의 환매 연기 여부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알펜루트는 2013년 설립된 자산운용사로 전체 자산규모는 9000억원대다. 알펜루트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마켓컬리, 파킹클라우드 등 유망 비상장사에 투자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사모펀드 운용사다.

홍예신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