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허파 황령산에 케이블카 설치 논란

이병갑 기자
입력일 2020-01-27 15:09 수정일 2020-01-27 15:10 발행일 2020-01-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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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민간사업자가 부산 도심의 허파인 황령산 정상에 높이 105m짜리 전망대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계획을 부산시에 제안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업자는 3년 전 숱한 특혜 논란 속에 개장해 운행 중인 부산 송도 해상케이블카를 만든 장본인이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7일 부산시에 따르면 최근 대원플러스건설이 1천500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황령산 정상(23만2천268㎡)에 105m 전망대를 짓고 부산 부산진구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전망대를 잇는 539m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계획을 시에 비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사업자 측은 황령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일대를 재생하는 사업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협력사 확정과 재설계 진행, 땅 매입, 환경 영향 분석, 기본 설계 등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대로 실행되면 황령산 해발고도를 합한 전망대 정상 해발고도는 493.6m가 된다. 남산타워(479.7m)보다 높다.

사업자 측은 “황령산은 부산 시내와 바다, 산을 한 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지만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라며 “전망대와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세계적인 야경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플러스건설의 황령산 개발 계획이 알려지자 환경단체는 즉각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부산에 랜드마크가 없지 않고 산 위에 또 타워를 세우는 것이 과연 적절하겠느냐”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도 “대원플러스건설은 송도해수욕장에 해상케이블카를 설립한 건설사인데 여수나 통영과 달리 초과 수익을 지자체에 돌려주는 규정도 만들지 않았다”며 “이익만 탐하는 기업이 환경 훼손이 뻔한 개발사업을 벌이는 데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 역시 “부산의 허파인 황령산에 타워와 케이블카를 세우면 사기업이 조망을 사유화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도시 경관과 조화로운 개발 계획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이전에도 민간사업자의 황령산 개발에 따른 피해가 있었던 점을 우려한다.

황령산에는 2007년 한 업체가 스키돔인 ‘스노우캐슬’을 지었지만, 결국 부도로 문을 닫고 10년 넘게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 스키돔이라던 이 사업을 두고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거셌지만, 계획대로 추진됐다.

부산=송희숙 기자 bitmul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