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실적 악화… 설 연휴 전 '올빼미 공시' 기승

홍예신 기자
입력일 2020-01-26 11:52 수정일 2020-01-26 11:52 발행일 2020-01-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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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전일 마감 후 공시 123건 집계
지난 추석 연휴 105건보다 약 17%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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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지뱅크)

이번 설 연휴 ‘올빼미 공시’가 지난 추석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빼미 공시는 상장법인이 주가에 불리할 수 있는 정보를 장 종료 후 뒤늦게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

26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직전 거래일인 지난 23일 장 마감 이후에 게재된 공시(거래소 시장조치 공시 제외)는 총 12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재작년 추석 연휴 직전 거래일(2018년 9월 21일) 장 마감 이후 공시 215건, 작년 설 연휴 직전 거래일(2019년 2월 1일) 공시 173건보다는 대폭 줄어든 수준이지만 작년 추석 연휴 직전 거래일(2019년 9월 11일) 공시 105건보다는 약 17% 늘었다.

작년 상반기부터 금융위원회와 거래소가 올빼미 공시를 반복하는 기업 명단을 공개하기로 하는 등 제재에 나서면서 연휴 직전 공시 건수가 줄었다가 이번에 다시 소폭 늘었다. 제재 내용은 올빼미 공시를 연2회, 혹은 2년에 3회 이상 남발하는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공시 내용이라면 거래소가 재공시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장 마감 이후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대다수는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보고서나 증권사의 증권발행실적보고서 등 주가와 무관한 일상적인 공시도 있었지만 올빼미 공시 논란이 생길 공시들도 있었다. 코스닥 상장사글로본은 중국 업체와 맺은 195억원 규모의 화장품 등 물품 공급계약이 계약 상대방의 발주 의무 불이행 등으로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해지된 계약 금액 규모는 이 회사 최근 연간 매출액의 130.25%에 달한다. 연간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판매·공급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는 대표적인 올빼미 공시 유형 중 하나로 꼽힌다.

또 실적 악화 사실을 장 마감 이후에 공시한 기업도 3곳 있었다. 부광약품은 작년 연간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3.5%, 73.5% 각각 감소하고 순이익은 73억원 적자로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성보화학은 공시에서 작년 개별기준 매출액은 15.5% 줄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4억원·28억원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일성신약의 경우 작년 개별기준 매출액은 21.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3억원 적자로 전환했지만, 순이익은 83.5% 증가했다. 이밖에 서울리거가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결정을, CJ CGV는 계열회사 2곳에 대해 431억원 규모의 채무보증 결정 사실을 각각 공시했다.

홍예신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