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요즘책방, ‘사피엔스’ ‘총, 균, 쇠’를 가지고 '정의'를 논하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0-01-08 07:00 수정일 2020-01-08 07:00 발행일 2020-01-08 15면
인쇄아이콘
기본 100쇄 이상을 찍은 인류의 베스트셀러 '총,균,쇠',사피엔스','정의란 무엇인가' 살펴보기
유튜브와 방송으로 만나는 책 말고, 직접 책장 넘기는 재미 추천
2020010712
원하던 책을 찾기 위해 헌 책방을 뒤지던 낭만은 이제 없다. 동네 서점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추고 방송과 유튜버들의 책이나 그들이 추천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시대다. 하지만 한 인간의 인생, 나아가 인류를 바꾼 명작들은 시대를 관통하며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제목과 저자 정도는 들어봤지만 막상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3권의 책이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의 ‘총, 균, 쇠’,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사피엔스’,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 세권의 책은 각종 미디어, 대형서점, 수재들이 모인 서울대학교 및 카이스트 도서관 대출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는가 하면 대통령, 정치인, 경제인 등의 필독도서로 꼽히기도 했다. 양장본이 나오는가 하면 많게는 151쇄를 찍은 ‘위대한 책’들이기도 하다.

총.균.쇠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김진준 역 | 2만8000원.(사진제공=문학사상)

더불어 이들은 tvN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이하 요즘책방)에 소개된 책들이기도 하다. ‘요즘책방’은 현대인들의 귀차니즘과 지적 욕구를 제대로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 프로그램의 정민식, 김민수 PD는 “지난 9월 첫 방송 이후 다양한 책을 소개해 왔는데 읽기 어려운 책을 쉽게 풀어낼수록 시청자들의 호응이 남다르다”고 전했다. ◇저자는 몰라도 제목은 한번쯤 들어본 그 책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인문학 도서 ‘총, 균, 쇠’는 8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자랑한다.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서 비롯되는가?’라는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하며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요즘책방’ 10월 29일 소개된 ‘총, 균, 쇠’에 대해 연출을 맡고 있는 정민식, 김민수 PD는 “특히 인문학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온 책이어서 대중들의 관심도 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최근 신간 ‘대변동’ 출간 기념으로 방한해 한국 독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 책의 번역을 맡은 김진준 문학가의 표현대로라면 이 책은 “농업, 기술, 문자, 정치, 종교 등을 아우르는 인류사에 대한 포괄적인 이론을 제시한다.”

더불어 “지루하지 않게 생태학과 진화 생물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고고학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읽거나 퍼즐을 풀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을 정도”의 재미를 갖췄다. 초고의 부제가 ‘알기 쉬운 인류의 13000년 역사’라는 것도 흥미롭다. 초판만 해도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을 다뤘다는 귀띔이다. ◇신이 된 동물? 인간에 대한 불멸의 탐구 ‘사피엔스’ 

사피엔스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유발 하라리 저/조현욱 역 | 2만2000원. (사진제공=김영사)

‘요즘책방’ 첫 회에 소개된 ‘사피엔스’의 시작은 2011년 히브리어로 출간된 역사학이자 생물학 서적이다. 

이후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한국에서만 90만부가 팔리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레바논계 유대인인 저자 유발 하라리는 약 3만년 전까지 지구상에 최소한 여섯 종의 호모(사람)종이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우리 종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는 생물학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면서 “생태학적 연쇄살인범이면서 동시에 상상하는 것들을 믿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죽음에 대한 시각이다.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이슈를 피하고 있다는 점, 19세기만해도 의사들조차 감염을 막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불멸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인체에 대해 아는 인간의 나약함을 동시에 저격하는 것이다.

인간의 유효기간에 집중된 각 챕터들은 기나긴 역사의 시간을 넘어 심리학, 철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국은 발전되는 기술에 비해 예의와 배려가 실종되고 있는 각박한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게 책은 ‘우리는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것인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 집중한다.

40대 젊은 철학자로서 국내에서의 인기도 남다르다. 저자는 히브리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6년 4월과 지난해 7월 방한해 기자회견, 방송출연, 대학 강연 등을 소화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철학계의 록스타가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랑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저/김명철 역/김선욱 감수 | 1만5000원.(사진제공=와이즈베리)

저자는 한국에서의 인기를 유독 놀라워했다.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이클 샌델은 구제 금융, 대리 출산, 동성 결혼, 과거사 공개 사과 등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부딪히는 문제를 통해 ‘무엇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해답을 압축시켰다. 

지난해 12월 17일 ’요즘책방’에서 소개된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치 철학자들이 학계에 남긴 원론적인 질문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선다. 

국내 정치인들과 역대 대통령들이 읽은 책으로도 회자되는 것도 흥미롭다. 도덕과 정의를 추구해야 할 부류 등이 정작 실행하지 못함을 이 책은 역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생활에서 떠올릴 수 있는 쉬운 예는 가독성을 높인다. 

자유시장에 대한 철학과 반대 시각을 보여주기 위해 마이클 조던의 경기를 연상하면 쉽다. 아마도 흑인인 마이클 조던이 남북전쟁 시대에 태어났다면 지금과 같은 농구스타가 될 수 있었을까. 야구나 볼링이 아닌 유독 농구를 잘 하는 능력, 그 능력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한 반박과 소유권에 대한 접근을 읽노라면 그가 왜 지루하다는 철학계에서 록스타로 불리는지 충분히 이해된다.

스스로의 입장 접근과 한계를 인식하게 만드는 점이야 말로 제목 ‘정의란 무엇인가’에 충실한 책임을 상기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대 정의에 대한 고민이야 말로 이 시대가 가늠하게 짊어져야할 ‘격’의 무게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