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선호에 채권형 펀드 한달새 1.6조 ‘자금 썰물’

홍예신 기자
입력일 2019-12-10 14:58 수정일 2019-12-10 16:28 발행일 2019-12-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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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국내 채권형 펀드의 자금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또 3개월 수익률 역시 시중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급락)하면서 손실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가격이 내리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몰렸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설정 규모 10억원 이상 267개의 국내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30조9235억원이다. 한 달새 1조5776억원의 자금이 유출됐고 최근 3개월간 3조3330억원이 빠져나갔다. 3개월간 3조원이 넘는 금액이 유출되면서 같은 기간 수익률도 마이너스(-0.02%)로 전환됐다.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국공채펀드가 -0.84% 손실폭이 가장 컸다. 국공채펀드의 경우 채권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길어 금리 변화에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다. 같은 기간 회사채 펀드는 0.24%, 일반채는 0.12%, 초단기채권은 0.31%의 수익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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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가격은 올해 초 강세를 보였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고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렸다. 그러나 올 9월부터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이 번지면서 국내외 증시도 상승세를 타자 채권 가격은 서서히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된 지난 8월 연 1.09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해 9일 기준 연 1.412%까지 올랐다. 한은은 채권자금 순유출로 인한 금리 상승은 일부 만기가 도래한 물량이 있는 데다 차익 실현성 매물이 나온 영향인 것으로 파악했다.앞서 외국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9개월 연속 국내 채권을 순매수한 바 있다.

채권 가격이 크게 내리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몰렸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최근 한달간 1조291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안전자산 투자심리가 약해지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협상 오는 15일 1단계 합의를 앞두고 있고 당장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적기 때문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기대가 높아지고 주요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된 데 기인했다”며 “대외 이슈나 통화정책 기대 변화에 연동된 금리의 등락이 반복되고 있지만 강화되는 금리 동결 환경을 고려할 때 채권금리의 상승 확률은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 연구원은 “오는 15일 이전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지고 최소한 연기된 관세나 부과 예정인 관세가 다시 연기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9월 이후 경기저점을 찍었다는 기대로 신흥국 가산금리 하락과 신흥국 통화반응을 지속하며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예신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