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뭉칫돈… MMF설정액 두달새 22조 '쑥'

홍예신 기자
입력일 2019-11-20 15:23 수정일 2019-11-20 15:23 발행일 2019-11-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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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중 투자자금의 피난처로 불리는 머니마켓펀드(MMF)에 유입되는 자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MMF에 이달에만 9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지난 18일 기준 124조4304억원으로 지난달말보다 8조9915억원 늘었다. 10월 한달동안 MMF 설정액이 13조2435억원 증가했다. 두달 새 22조235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15일엔 125조6250억원 기록하면서 지난해 9월 이후 처음 125조원을 넘겼다.

MMF는 수시입출금식 단기 채권형 펀드로 증권사가 고객의 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한 뒤 단기 금융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단기 금리차로 인한 수익을 챙기는 초단기공사채형 상품이다. 고객의 돈을 모아 금리가 높은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콜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얻는 수익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MMF 설정액 규모는 법인들의 지급결제 처리 등 자금 수요에 따라 월·분기 초반에 증가하고 말일에 가까워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MMF 설정액 증가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단기 상품에 투자하는 MMF에 돈을 맡기면서 설정액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 되고 시중 금리가 상승하는 등 투자자들이 투자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하면서 단기상품에 자금이 몰린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파생결합상품사태를 통한 고수익 상품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기준금리 인하 후 채권 가격도 조정을 받으면서 이탈한 채권 투자 자금도 일부 단기상품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증시역시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일단 예금이나 MMF에 돈을 넣어두고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단기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은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 여부와 내용이 향후 자금 동향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은 1단계 합의의 서면이 지연되는 등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당초 이달 16~17일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1단계 무역협상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칠레가 반정부 시위를 이유로 정상회의 개최를 취소하면서 서명식도 연기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세 철회 합의에 대한 미중 양국의 입장이 엇갈리며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불안한 코스피 등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예신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