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원 금투협회장 “숙고 끝 협회장직 유지…낮은 자세로 남은 임기 최선”

홍예신 기자
입력일 2019-10-30 17:11 수정일 2019-11-06 08:06 발행일 2019-10-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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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중 사안 마무리하는 게 책임있는 선택…낮은 자세로 임할 것"
12월 초까지 갑질방지, 조직 혁신 등 금투협 쇄신안 발표 계획
협회 이미지 쇄신·대관 업무 등 해결해야 할 과제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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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홍예신 기자)

갑질·폭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권용원(사진) 금융투자협회장이 사퇴하지 않기로 했다.

권 회장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인적 사유만으로 거취 결정을 하기엔 협회장에 부여된 과제가 많아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돼 이사회 결정에 따라 회장직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며 “숙고 끝에 남은 임기까지 협회장으로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저를 포함한 협회 내부 문제점을 개혁하는 노력도 함께 하겠다”며 “협회밖에 모르고 열심히 하는 직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 발전이라는 소임을 다할수 있도록 다시 한번 모든 열과 성을 다해보겠다”고 밝혔다.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폭언의 직장갑질 처벌에 대한 질문엔 “법에 저촉된다면 처벌은 달게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12월 초까지 갑질 방지, 조직 혁신 등 협회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오전 권 회장의 거취를 논의하는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사진은 증권사 대표와 금투협 임원진으로 이뤄진 업계 인사 6인과 외부 의견을 대변하는 공익이사 6인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권 회장의 거취에 대한 이사들의 의견은 ‘회장직 유지’로 일치했다고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사회에 앞서 지난 21일 열렸던 증권사 사장단과 오찬 간담회에서도 사장단 대부분이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번 사건이 회장직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다만 금투협의 이미지 추락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투협은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회원사를 대변하는 동시에 당국 업무를 일정 부분 대신 수행하는 자율규제기구다. 설립 근거도 관계법령인 자본시장법에 있다. 상품 약관과 광고 심사, 가이드라인 제정 등 영업질서 유지와 투자자 보호 업무도 수행한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본시장의 발전과 회원사 이익 증진을 위해 필요한 대관 업무에 있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건의 경중을 떠나서 협회의 대표가 폭언이나 갑질 등 불미스러운 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권 회장의 이번 사건은 금융투자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런 일이 불거진 것은 지난 18일 권 회장이 운전기사와 임직원 등을 상대로 폭언한 녹음 파일이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녹취록에 따르면 권 회장은 “오늘 새벽3시까지 술 먹으니까 각오하고 오라”고 말하자 운전기사는 “오늘 아이 생일이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권 회장은 “미리 얘기를 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잖아”라고 비난했다. 또 회사 홍보담당 직원에게는 “잘못되면 죽여 패버려. 니가 기자애들 쥐어 패버려”라며 기자를 위협하라는 지시가 담긴 내용도 보도됐다. 파문이 커지자 권 협회장은 지난 21일 사과문을 내고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그 어떤 구차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되는 각계 각층에 계신 많은 분들의 의견과 뜻을 구해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사무금융노조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권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즉시 사퇴하지 않을 경우 모든 법적 수단과 아울러 권 회장 퇴진을 위한 금융노동자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 회장의 입장 발표와 관련해 사무 금융노조 관계자는 “권용원 회장의 협회장직 유지 소식은 들었다”며 “현재 노조 차원에서 대응을 논의 중이며 차후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홍예신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