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10-13 11:09 수정일 2020-05-29 11:48 발행일 2019-10-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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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소양을 내 삶에, 그리고 조직의 내면으로 스며들게 할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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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

일본의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가 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은 최근 교보문고 등에서 큰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다. 철학이나 인문서라기 보다는 어찌 보면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장르다. 철학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점점 높여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한번 쯤은 음미해 볼 만한 원리들을 쉽지만, 무게감 있게 소개했다. 과거 철학자들의 주요 논리나 주장을 현대인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대가를 많이 준다고 해서 확연히 성과가 배가되는 것이 아니라거나, 권력거리지수를 고려한 조직 내 평등문화 개선이 시급하고, 특히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조직 리더의 역할이라는 주장 등은 기업 현실에서 채용할 만한 주장이다. 우리가 글을 쓰거나 대화를 나눌 때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잘 몰랐던 상식 용어도 자주 등장해 도움을 준다.

◇ 시기심 ‘르상티망’, 가면 ‘페르소나’

* 르상티망(ressentiment) -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와 원한 증오 및 열등감이 뒤섞인 감정을 말한다. 한마디로 시기심이다.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본래의 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이 르상티망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현대인은 유독 평등에 민감한 감각을 갖고 있어 약간의 차이에도 르상티망을 품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 프란시스 베이컨의 수상록 -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게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 가면 ‘페르소나’(persona) - 구스타프 융은 인격 가운데서 외부와 접촉하는 외적 인격을 페르소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페르소나는 원래 고전국에서 배우가 사용하는 가면을 말한다. 융은 페르소나를 한 사람의 인간이 어떠한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는가에 관한,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 사이에서 맺어자는 일종의 타협이라고 정의했다. 즉,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면이 페르소나라는 것이다.

◇ 창의성을 원한다면 도전할 환경을 먼저 만들어 주어라

* 창조성에는 도전 허용 풍토가 가장 중요 -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결과,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오히려 저하된다고 한다. 예고된 대가가 인간의 창조적 문제 해결능력을 현저히 훼손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가를 예고하면 이미 재미를 느껴 몰입해 있는 활동에 대한 자발적 동기가 저하된다는 것이다. 대가를 약속받으면 높은 성과물을 내려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대가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근이 오히려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을 뜻한다. 결국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해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으며,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무엇보다 필수라는 결론이다.

* 타불라 라사(tabula rasa) - 라틴어로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석판’이라는 뜻이다. 타불라는 태블릿(tablet), 즉 ‘판’이라는 단어의 어원이다. 존 로크는 ‘경험론’을 주창하면서 태어날 때 사람의 심성은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 즉 타불라 라사와 같다고 했다. 그는 데카르트의 ‘경험에 의지하지 않고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주장과 플라톤의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전생에서 얻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모두 부정했다.

◇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들의 15가지 특징

* 매슬로의 ‘자아실현 이룬 사람들 15개 공통적 특징’ - 매슬로는 욕구 5단계설(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소속과 애정의 욕구, 4단계 존중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로 유명하다. 그는 자아실현을 이룬 이들의 공통점으로 다음을 지적했다. 1) 현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각하고 쾌적한 관계를 유지한다. 2) 자연을 비롯한 자신과 타자의 약점 사악함 등도 수용한다. 3) 자발성 단순함, 자연스러움이 있다. 4) 과제 중심적이다. 5) 초월성을 갖췄다. 6) 자율성이 뛰어나다. 7) 언제나 새로운 인식을 한다. 8) 신비로운 경험과 최고의 체험을 지향한다. 9) 공동체 의식으로 충만하다. 10)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11) 민주적 성격구조를 가졌다. 12) 수단과 목적의 구별, 선악의 구별이 뚜렷하다. 13) 철학적이고 악의없는 유머 감각을 지녔다. 14) 창조성이 뛰어나다. 15) 문화에 편승하길 거부하고 스스로의 규제에 따른다.

* 주체적 삶 ‘앙가주망’(engagement) - 대표적 실존주의 철학사상가 샤르트르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앙가주망 하라”고 답했다. 주체적으로 관계한 일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행동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이 세계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의 일생에서 우발 사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까지 강조했다.

◇ 탈출해야 할 ‘중독’과 ‘세뇌’. 그리고 회피

* 도파민과 오피오이드 - 소셜미디어에 빠져 내용을 확인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황의 행위를 ‘도파민의 조화’라고 지칭한다. 오랫동안 도파민은 쾌락 물질로 인식되어 왔다. 1958년 스웨덴 왕립과학원 아르비드 칼손과 과학자 닐스오케 할라르프가 발견한 물질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쾌락을 느끼게 하기 보다는 무언가를 추구하고 찾게 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 결과 밝혀졌다. 최근 연구에서 쾌락 관여 물질은 오피오이드(opioid)로 알려졌다. 욕구계인 도파민이 특정 행동을 촉진시키는 반면, 쾌락계인 오피오이드는 만족을 느끼게 함으로써 추구 행동을 정지시킨다고 한다.

* 세뇌(洗腦) - 영어로 Brain-washing을 중국어에선 세뇌로 직역한다. 6.25 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시행된 사상 개조에 관해 미국 첩보기관CIA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처음 소개되었다고 한다. 그후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헌터가 중국 공산당의 세뇌 기업에 관해 쓴 저서로 널리 알려졌다. 전쟁 중 미국 포로 변사들이 너무 쉽게 중국 공산주의에 세뇌당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겨 관찰한 결과, 중국은 포로들에게 무조건 공산주의를 주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공산주의에도 좋은 점은 있다’는 간단한 메모를 적게 하고 그 포상으로 담배나 과자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미군 포로는 공산주의로 돌았다고 한다.

* 밀그램의 ‘아이히만 실험’ - 악한 행동을 하는 주체자의 책임소재가 애매하면 애매할수록, 사람은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제심과 양심의 작용이 약해진다고 한다.

* 권력거리지수 - 네덜란드 림뷔르흐 대학 조직인류학 연구자인 헤리르트 호프스테더는 전세계적으로 상사에게 반론할 때 느끼는 심리적 저항을 조사한 후 이를 수치화해 PDI(Power Distance Index)라 정의했다. 그는 권력거리를 각 국가의 제도와 조직에서 권력이 약한 구성원이, 권력이 불평등하게 분포되어 있는 상태를 얘기하고 받아들이는 정도로 정의했다. IBM의 의뢰를 받아 1967년부터 1973년까지 6년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각 국 지사간 관리직과 부하 간의 업무 방법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밝혀냈다. 프랑스가 권력거리 68로 가장 높고 일본이 54, 이탈리아 50, 캐나다 39, 구 서독과 영국이 각각 35를 기록했다. 수치가 높을수록 상사에게 이견을 제시하길 꺼려 하는 부하직원이 많다는 뜻이다. 상사에게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조조와 마키아벨리를 바로 알아야

* 조조는 왜 ‘난세의 간웅’으로 폄하되었나 - 후한 시대 관상가인 허자장(許子將)은 조조에 대해 “당신은 평화로운 세상에서는 대도둑이지만 난세에선 영웅이다”라고 평하면서 조조는 난세의 영웅으로 정형화되었다.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 ‘더 나은 통치’를 위해선 비도덕적 행위도 허용된다고 마키아벨리는 강조했다. 그도 미움을 사고 권력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부도덕성은 어리석은 행위라고 질타했다. 리더에게 부도덕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냉철한 합리자가 되라고 조언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때때로 합리성과 도덕성이 부딪힐 때 합리를 우선으로 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 &#8211; 어떤 조직이나 집단을 지배하고자 할 때 그 지배의 정당성을 보증하는 요소는 정당성과 카리스마 합법성 이 셋밖에 없다고 주장. 카리스마는 비일상적인 타고난(천부적) 자질이라고 정의.

* 소비에트-하버드 환상(soviet-harvard delusions) - 나심 탈레브가 저서 안티프래질에서 사용한 신조어다. 인간관계의 명석한 파악을 전제로 한 과학적 톱다운(조직 상층부에서 의사 결정을 해 하부조직으로 그 실행을 지시하는 관리방식) 사고법이야말로 시스템을 취약하게 하는 주범이라 그는 비난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최적의 해법을 찾으려는 태도는 지적 오만이라는 것이다. 최적의 접근법으로 최적의 답을 찾기 보다는, 휴리스틱에 근거한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간 능력에는 별 차이가 없다?

* 4~6월 생에 많은 인재들 ‘마태효과’ - 공부는 통계적으로 4~6월생이 잘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일본 프로야구와 축구에서도 4월과 5월생이 많다고 한다. 과학사회학의 창시자 로버트 킹 머튼은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자는 뛰어난 연구실적을 올림으로써 한층 더 좋은 조건을 얻게 된다”며 ‘이익-우위성의 누적’ 매카니즘을 주창했다. 신약성서 마태복음에 나오는 ‘부유한 사람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는 문장을 차용해 마태효과로 명명되었다.

* 리바이어던(Leviathan) - 영국 철학자인 토머스 홉스의 대표작이다. 사회계약이론을 확립하고 정치 철학의 기초를 구축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거대한 괴물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의 능력은 큰 차이가 없다”면서 인간이 원하는 것은 희소하고 유한하다는 전제 하에 우리 사회는 필연적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라고 파악했다. 희소한 것을 서로 빼앗기 위해 모두가 싸우는 ‘디스토피아’야 말로 세상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그는 개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박탈 할 수 있는 권력을 갖는 거대한 권위체를 두고 그 권력으로 사회를 통제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 권위체를 거대함과 두려움을 빗대어 ‘리바이어던’이라 명명했다. 거대 권력에 지배되는 질서 있는 사회가, 자유롭지만 무질서한 사회보다 낫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 반(反) 취약성 - 외부의 혼란이나 압력에 오히려 성과가 상승하는 성질을 말한다. ‘블랙 스완’을 쓴 레바논 출신의 미국 작가이자 인식론 연구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만든 신조어다. 반 취약성이 어감이 안좋다고 느껴서인지, 신조어로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라 명명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혼란과 압력이 강해지면 성과가 저하되는 게 ‘취약성’이라면 이는 반대의 의미다. 내구력과 강건함을 초월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이즈 마케팅도 안티프래질의 하나로 인식된다.

* 휴리스틱(heuristic) - 엄밀한 분석에 의하기 보다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의사결정 방식을 말한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우리를 즉시 이용가능한 정보로 이끄는 머릿속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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