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동반둔화…대외의존 높은 韓 깊은 수렁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19-10-13 15:43 수정일 2019-10-13 17:05 발행일 2019-10-14 3면
인쇄아이콘

미중 스몰딜 성사로 글로벌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란 버겁다. 불확실성이 조금 해소된 정도다. 완전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멀어 보인다.

경기 둔화의 늪에서 탈출하려면 수요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폭발적인 수요를 불러올 신성장동력산업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과 반도체·자동차 등에 집중된 산업구조가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한국 ‘OECD 경기선행지수’ 역대 최장 하락 

9월 수출 10개월 연속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진은 부산항 부두에 선적대기중인 수출 컨테이너의 모습. [연합뉴스]

대외여건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경기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의 6~9개월 뒤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는 역대 최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갔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8월 OECD 회원국 전체의 경기선행지수(CLI)는 99.06으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20개월째 하강곡선이며, 2009년 9월(98.68) 이후 가장 낮다.

이 지표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 밑돌면 경기 하강으로 해석한다. OECD는 특히 독일 등 유로존과 미국에서 향후 성장세 둔화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8월 한국의 CLI는 98.82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의 CLI는 OECD 전체보다 앞선 2017년 5월 101.72로 정점을 찍은 뒤 2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통계 집계 이후 최장기간 하락이다. 지수는 1년 1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1개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이달 기준 1.9%로 떨어졌다.

◇ “경기방어 위한 정책조합 필요”

16일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최근 두 달(공식적으론 9월 한달) 연속 이어진 마이너스 물가 속에서, 올 2%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지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다음달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올해 성장률(2.2%)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치 하향 조정 이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수요 둔화와 함께 미·중 무역 분쟁, 브렉시트 등 하방 위험의 영향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기업 투자도 위축되면서 실물 경제 전반이 부진한 상황으로, 세계 교역량 증가세 둔화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하방 위험의 중심에 중국이 자리하고 있는데 글로벌 공급사슬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직으로 연결돼 있다며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점을 우려했다.

KDI는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외 경제의 성장세가 더욱 둔화하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와 같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함으로써 발생하는 재정수지 적자는 불가피하다”며 지출 구조조정, 세원 확대 등을 통해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유지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최근의 저물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윤·이은혜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