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애덤 알터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09-21 09:00 수정일 2020-05-29 11:54 발행일 2019-09-1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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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포피아(nomophobia) 치유법은 결국 개인 노력과 협력화된 사회적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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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중독된 삶’을 살고 있다… 치유할 방법은 없는가

이번 책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부교수 겸 및 심리학과 겸임교수인 애덤 알터의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현대인들은 모두 어떤 것에든 ‘중독’을 경험하게 되는데, 특히 디지털 사회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관련한 ‘행위 중독’에 많이 취하게 된다. 저자는 마약 중독자와 행위 중독자가 같은 레벨이라고 단안한다. 오히려 치료 후 회복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독자의 삶이 어떤 것이며,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 지 심각한 고민이 담겨 있다. 우리 스스로도 내가 과연 중독자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 총평 >

현대인들이 겪는 ‘행위 중독’의 치유법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개인적으로는,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잘 보살 펴 주는 것,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업이나 조직도 ‘중독 회피’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의 게임화를 통하거나, 퇴근 후나 휴가 때 이 메일 계정을 차단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중독을 덜 만들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해법을 기대했다가 살짝 실망하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중독의 문제를 이처럼 폭 넓게 파헤친 역작도 드물기에 저자의 다음 저작을 기대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 베껴두면 유익할 내용들 >

◇ 아이패드 만든 잡스도 ‘노모포비아(nomophobia)’를 겁냈다

* 잡스도 자기 아이들에겐 아이패드를 못 보게 했다 -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도 애플의 혁신 제품인 아이패드를 자녀들에겐 사용에 제한을 두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 업계에서는 이런 금언이 있다. ‘자신이 공급하는 중독 물질에 절대 취하지 말라’. 테크놀로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 역시 마약상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을 따르고 있는 듯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중독에서 벗어난 알코올 환자들의 경우 수백만 명이 아예 술집에 얼씬도 않지만, 인터넷 중독자들은 이메일을 쓰지 못하게 할 도리가 없어 해법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의 행위중독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 행위중독 전성시대 - ‘모먼트’라는 앱을 통해 현대인들이 하루에 얼마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통계 내 보니, 하루에 평균 3시간을 쓰고 39번을 집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깨어 있는 시간의 4분의 1을 휴대폰과 함께 보낸다는 얘기다. 월로 보면 매달 100시간, 평생이면 11년을 우리는 휴대폰에 중독되어 살고 있다는 얘기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시간에 평균 3번 씩 휴대폰을 습관적으로 집어 들고 있다고 한다.

* 노모포비아(nomophobia) - 모바일 결핍 공포증(no-mobile-phobia) 약자다.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다는 뜻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40%가 이메일이나 도박, 포르노 등 인터넷 관련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 대학생의 48%가 인터넷 중독이며, 40%는 중독 경계선을 넘나드는 상태이거나 잠재적인 중독자라고 한다. 또 46%의 사람들은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2015년에 스마트폰 중독자가 2억8000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나라로 치면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3위국이다. 이제 많은 10대가 통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 대화하기를 꺼려하며, 다툴 때 조차 문자 메시지로 다툰다.

* 잠자는 시간보다 디지털기기 사용시간 더 길어 - 아리아나 허핑턴은 <수면혁명>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와 보내는 시간이 잠자는 시간보다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스마트폰을 침대 옆에 두고 충전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18~64세 성인 60%가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잔다고 한다. 때문에 성인 중 50%는 늘 기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잠을 설친다고 한다. 전자기기가 발산하는 푸른 빛이 주범이다. 한 연구에서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고 잠을 설치고 피로에 시달린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 “스마트폰은 독극물”… 중국에는 ‘임상 장애인’ 인터넷 중독자 2400만명

* ‘중독’이란 무엇인가 - 해롭고 떨쳐 버리기 힘든 경험에 대한 짙은 애착으로 정의된다. ‘행위중독’은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욕구를 채워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심각한 해를 끼치는 어떤 행위를 거부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이 때 나타나는 ‘강박열정’은 때로는 위험하다. 단순히 즐긴다는 정도를 넘어서는 욕구라, 행위중독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중독 행위가 마약 남용과 똑 같은 뇌반응 일으킨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행위중독자는 사실상 마약중독자와 똑같다는 얘기다.

* 중국에선 인터넷 중독이 ‘큰 질병’ - 중국은 세계 최초로 인터넷 중독을 임상 장애로 선포한 나라다. 10대에 있어 가장 위험한 공중 보건 문제라고 판정했다. 중국에는 인터넷 중독 치료센터가 400곳이 넘는다. 중국이 내린 인터넷 중독의 정의에 따르면. 이 나라에는 이미 2400만 명의 중독자들이 살고 있다.

* 베트남 철수의 원인 ‘미군 마약 중독’ - 베트남은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이라 불리는 동남아시아이 주요 마약 생산지역의 외곽에 위치해 있다. 미얀마 라오스 태국을 아우르는 이곳에서 베트남전쟁 기간 동안 전 세계 헤로인 수요 대부분이 공급되었다. 순도 99%에 달하는 4번 헤로인이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다. 전쟁이 끝났을 때 미군 사병 가운데 35%가 헤로인을 해 봤으며 19%가 중독되었다고 한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급히 실태 파악위해 현지로 여야 의원 파견하기 까지했다. 두 의원은 이런 보고서를 올렸다. “나라(미국) 전체에 마약이 확산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미군을 베트남에서 하루빨리 철수시켜야 한다.”

* “스마트폰은 독극물” - 신경과학자 앤디 도언은 “게임 중독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고속인터넷 덕분에 다른 게이머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린 게이머들을 유혹하는 중독성 있는 온라인 인간관계는 매우 위험하다. 다른 사람들과 마주 보고 대화 나누는 행위의 의미를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어릴 때 직접 대면을 통해 교류할 기회를 놓치면 사람을 대하는 기술을 영영 습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MIT공대 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테크놀로지가 아이들의 의사 소통 능력 또한 떨어트린다”고 우려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독극물”이라고 까지 말한다.

◇ ‘중독자 세상’… 목표 중독자·피드백 중독자·향상 중독자·난이도 중독자

* 목표 중독자 - 우리는 전례없는 목표 지향성 문화의 시대, 완벽주의와 자기평가, 그리고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쉬는 생활방식에 중독된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성공한 뒤 찾아오는 허탈감을 이겨 내든가, 실패에 다른 절망감을 이겨내야 한다. 직장에서 이메일이 도착하면 70%가 평균 6초만에 열어본다고 한다. 이후 중단했던 업무에 다시 몰입하려면 25분 걸린다고 한다. 하루에 일정 간격으로 25통의 메일을 받으면, 사실상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목표’ 대신 ‘체계’를 세울 것을 권고한다. 도달할 방법도 없는, 거창하고 대단한 목표를 세우느니 차라리 매일매일 삶을 채워주는 소박한 일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 피드백 중독자 - ‘좋아요’ 누르기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문화를 지배하는 최초의 디지털 마약으로 떠올랐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코틀러는 “가상현실은 합법적인 헤로인, 강력한 차세대 마약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가상현실이 대기업과 게임 디자이너의 손에 들어가면 갈수록, 심각해 지는 중독을 부추기는 막강한 최신 무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 ‘향상 중독’과 ‘난이도 중독’ - 초보자에게 어쩌다 따르는 운은 향후 심각한 해를 입힌다고 한다. 초보자에게 따라오는 운은 중독성이 더욱 강하다. 개발자들은 골수팬 만을 위한 보상을 게임에 숨겨 놓아 실력 향상을 꾀하도록 한다. 사람들은 컴퓨터 게임은 물론 경제적 목표, 성공의 야망, 소셜 미디어의 목적, 운동 목표 등에서 최적 수준의 난이도를 원하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 전문가, 게임 디자이너, 상품 디자이너 등은 사용자가 제품을 다루는 실력이 향상되고 숙련되면 그것이 다시 확실하게 복잡하고 어려워지지도록 수정한다고 한다.

*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이유는? - 저커버그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성향(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비슷한 ‘힙스터매틱’과 달리 인스타그램이 꾸준히 성장한 이유는, 앱을 무료로 내려받게 하고 앱과 연동된 소셜 네트워크에 자기가 찍은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 습관을 바꿔라 … 스스로 더 생각하고 더 치유법을 찾아라

*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 - 사회심리학자 수전 피스크와 셸리 테일러는 인간을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정의했다. 구두쇠가 한 푼의 돈을 아끼듯이 인간은 ‘생각’을 아낀다는 것이다. 그 만큼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싫어한다는 얘기다. 중독을 치유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해결책도 없다.

* 세계 최초 게임 인터넷 중독 치료센터 ‘리스타트’ - 워싱턴주 시애틀 근처 폴시티에 있다. 환경 운동을 본떠, 환자들에게 인터넷을 완전히 끊는 대신 지속가능하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 기관은 행위 중독을 구조적 문제로 본다. 따라서 행위에 중독된 사람의 생활 구조를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 디지털 기억상실증(digital amnesia) 치유법은? - 전자기기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전화번호를 기억 못하게 된다. 미국 유럽 성인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자기 휴대폰을 ‘뇌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70%는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어디 두었는지 잊어버리면 우울하거나 겁이 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두 살 전에는 화면에 노출시키지 말라고 권고한다. 2014년 육아 비영리 단체인 제로투스리 보고서에 따르면, 두 살 이하 아이들 중 38%(2012년에는 10%)가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고 네살쯤되면 80%가 사용한다고 한다. 이 단체는 화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대신 특정한 종류의 화면 보는 방식을 권장한다. 실제 체험과 연계해 놀이 등으로 연결시켜 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권한다.

* 챨스 두히그의 ‘습관을 바꾸는 황금률’ - <습관의 힘>에서 두히그는 습관이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적었다. 행위를 촉발하는 단서(cue), 행위 자체를 뜻하는 루틴(routine), 앞으로 그 행위를 반복하도록 우리 뇌를 훈련시키는 보상(reward)이다. 습관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서와 보상은 그대로 유지하되 루틴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본래 하던 행위를 주의 전환 행위로 대체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습관이 루틴이 되려면, 몇 주일 혹은 몇 달까지 걸린다는 점이다.

* 습관 형성을 촉진하는 ‘언어’ -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는 데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다짐을 하게 유도하면 중독 치유에 효과가 있다. 소비자행동을 연구하는 버네사 페트릭&헨리크 핵트베트는 건강 운동을 하려는 여성들에게 ‘(운동을) 빼먹으면 안돼’라고 다짐한 집단과 ‘안 빼먹어’라고 다짐한 집단을 비교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자는 운동을 지속한 비율이 10%인 반면 후자는 80%에 달했다고 한다. 외부의 힘에 사로잡혀 어쩔 수 없이 한다고 느낄 때 보다, 자신에게 권한이 있다고 느끼게 하는 언어가 훨씬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 ‘중독 치유의 문화’를 함께 만들자

* ‘행위 설계(behavioral architecture)’ - 주변 환경을 재구성해 최대한 유혹에 빠질 요소를 제거하는 기법의 논리다. 행위 설계의 첫번 째 원칙은 ‘뭐든 가까이 있는 물건은 멀리 있는 물건 보다 정신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중동 행위 촉발 대상과 중독자 사이의 심리적 또는 물리적 거리 조성하라’는 것이다. 네덜란드 디자인회사 헬데르그로엔은 오후 6시가 되면 사무실 가구들을 자동적으로 천장으로 올가게 만든다. 독일 다임러는 직원 10만명이 휴가 중에 메일을 받지 못하도록 통신망을 끊어 버린다. 두번째는 사소한 처벌이다. 잘못할 때 고통을 주는 방법이다. 마시니 세티라는 기업은 ‘파블록’이라는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어 중독성 있는 나쁜 습관을 퇴치토록 돕는다. 사용자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을 할 때 경고음이나 찌릿한 진동 혹은 적정 수준의 전기 충격을 주는 것이다. 파블록의 5일 훈련 과정을 거친 뒤 담배를 끊은 사람이 55%에 이른다고 한다. 행위설계는 나쁜 행위를 덜 하게 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행위를 더 하게 장려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 재미로 중독을 치유한다 ‘게임화’ - 2009년 스웨덴 광고회사 DDB 스톡홀름은 폭스바겐 온라인 광고를 만들면서 재미이론(The Fun Theory)을 적용했다. 시내 중심가 오덴플란 전철역 계단에 소리나는 전자 피아노를 설치해, 에스컬레이터 승객 분산시켰다. 공원에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쓰레기콩’을 설치해 쓰레기 내려가는 긴~ 소리를 듣게해 재미 유발로 성과를 냈다. 중독성 있는 재미난 행위로 나쁜 중독성을 바꾸는 방법이다. 체험을 게임으로 만든다 해서 게임화(gamification)라고 부른다. 특히 아이들에게 자제력을 길러줄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아동기의 건강한 행위 증진에 게임을 활용하는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한다. 다만 게임화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게임화는 결국 체험을 설계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이다.

* 결국 행위중독의 해결책은? -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독성은 없는 제품이나 체험을 만드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직장을 오후 6시에 닫고 직장 이메일 계정을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폐쇄하면 된다. 게임도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중단하는 지점을 만들어 넣을 수 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에서 수치를 제거해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고 끊임없이 목표를 세우게 만드는 산술적인 피드백을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우리 문화를 일과 게임과 기기 회면에서 자유로운 시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시간을 누리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독의 유혹을 뿌리치게 하는 길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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