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빅데이터 소사이어티> 마르크 뒤갱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09-19 09:00 수정일 2020-05-29 11:54 발행일 2019-09-1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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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디지털 기업에 종속되는 미래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책은 마르크 뒤갱의 <빅데이터 소사이어티>다. 프랑스의 사회소설가 겸 영화감독인 마르크 뒤갱과 프랑스 주간지 ‘르 푸앵(LE POINT)’ 탐사 보도 기자인 크리스토프 라베가 함께 썼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해 통찰력 있게 풀었다. 특히 인류가 나날이 발전하는 빅 데이터와 같은 혁신적인 신기술에 제압당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과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베어 있다.

<총평>

빅데이터는 분명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상수이다. 따라서 이에 맞서기 보다는 이런 경이적인 발전과 진보를 인류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들은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와 같은 거대 디지털 기업들이 자사 이익을 위해 인류를 완전히 디지털 기술에 종속시키려고 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가 실종되는 어두운 미래를 맞지 않으려면, 이들 거대 디지털기업의 포위망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감성과  지성, 직관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며 그래야 인류와 신기술이 공존하는 바람직한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무척이나 무거워 보인다. 

< 베껴두면 유익할 내용들 >  

◇ 완전히 벌겨 벗겨지는, 머지 않은 미래의 인간들

* 빅 데이터의 목적은? - 저자들은 빅 데이터의 목적이, 사회를 예측 불가능성과 우연의 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단언한다. 결국 우연성이 제거되고 통제되는 세상, 우연성이 ‘소멸되는’ 세상이 빅 데이터 기업들이 야망이라고 일갈한다.

* 벌겨벗겨지는 인간들 - 빅 데이터가 지금처럼 계속 발전하면 앞으로 결혼 전에 배우자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업체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빅 데이터 사회에 의해 벌거벗겨진 인간은, 아무 고통이 없는 철창에 갇혀 있는 신세와 같다.

◇ ‘선의’로 포장된, 빅 데이터 기업들의 끝없는 야심

* 테러와의 전쟁? 정부·기업의 정보 결탁전 -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때 디지털 기업을 동원하면서 정보권을 통제하는 중요한 패를 손에 쥐었다. 빅 데이터 기업과 정보기관의 결탁은 서로에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벌이가 쏠쏠한 하청 계약관계였다. 내부 고발자 ‘스노든’이 근무했던 부즈앨런해밀턴의 경우 2013년 2월에만 11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미국 정부에서 받았다. 이 기업의 수익 가운데 98%가 정부에 대한 정보 용역 제공의 대가였다. 이곳 직원 2만5000명의 절반은 일급비밀 취급 인가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에는 자산 1500억 달러의 속칭 ‘CIA 은행’ 칼라일그룹에 편입되었다. 

* GAFA -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을 일컫는 용어다. 이들은 거의 10년 만에 디지털 세계 전체를 장악했다. 데이터 시장은 이들에게 새로운 ‘블랙 골드’가 솟는 유전과 같다. 빅 데이터가 사전에 등장한 시점이 2008년인데, 2013년에 빅 데이터 시장이 올린 수익이 벌써 89억 달러에 달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데이터의 70%는 사용자가 직접 생성하지만, 그 데이터로 정작 떼돈을 버는 것은 이들 민간기업들이다.

* “어떤 데이터든 일단 저장해 둬라” 가보르의 원칙 - 홀로그래피를 발명해 197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헝가리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가 주장한 원칙이다. 지금은 빅 데이터 기업의 ‘율법’으로 통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은 그 실현이 도덕적으로 옳건 그르건 간에 실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모든 정보는 미리 확보해 두는 편이 좋다는 논리다. 당장은 어떤 목적성이 없더라도 수집된 정보가 나중에 어떻게 쓰일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 미리 인간 행동을 예측하고 통제할 ‘부드러운 독재자들’ 

* ‘빅 브라더’ 보다 무서운 ‘빅 파더’ - 실리콘밸리 기업가 대부분은 현재와 같은 형태의 국가를 거북스러워 한다. 반드시 제거해야 할 장애물로 여긴다. 이들은 ‘빅 브라더’ 보다 크고 강한 정부를 의미하는 ‘빅 파더’를 더 두려워 한다. 때문에 당장은 국가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을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지만, 힘을 더 키운 후에는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른다. 

* ‘빅 파더’ 보다 한 수 위인 ‘빅 마더’ - 거대 빅 데이터 디지털 기업들은 좋게 말하면 ‘우리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면서 통제하는 부드러운 독재자’들이다. 사회심리학자 세르주 에페는 “우리의 모든 욕구를 채워 주고, 우리의 모든 욕망을 예측하고, 우리의 아주 은밀한 생각을 간파하고, 우리 행복을 위해 우리 삶의 가장 작은 부분까지 다정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지배한다”고 말한다. 무시무시한 어머니이자 전지전능한 어머니다.

* 인간 행동을 미리 예측하는 ‘블루크러시’ - IBM의 범죄 분석 소프트웨어. 수학자와 빅 데이터 전문 컴퓨터 과학자, 인류학자가 합작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경찰의 모든 전산 자료를 흡입해 자체 알고리즘으로 범죄 날짜와 장소, 유형을 분류해 사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0년에 미국 멤피스시는 경찰 인력을 25% 감축하는 대신 IBM의 이 시스템에 도움을 청했다. 이후 더 발전된 버전인 프레드폴도 개발되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실전 상황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빅 데이터 기업의 관점에서는 인간의 행동이 대부분 미리 정해져 있으며, 따라서 예측 가능하다고 믿는다. 미국 국토부는 2007년에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찾아내려 FAST(미래자질진단기술)를 계획하기도 했다. 

◇ ‘접속’ 보다 ‘접촉’이 더 절실한 시대… 그러나 현실은  

* ‘접속’과 ‘접촉’ - <또 다른 세계화>의 저자인 사회학자 도미니크 볼통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접속’이 아니라 ‘접촉’”이라고 강조했다. 접속 만능 사회에서 인간의 소외를 우려한 것이다. 실제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일본의 히키코모리)에 의한 총격 사건이 단적인 예다. 

* 미래의 유전학 시장을 잡아라 - 구글이 만든 칼리코(Calico)라는 회사는 2035년까지 인간 수명을 20년 연장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질병을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의 유전학적 예측 시장을 미리 손에 넣으려는 시도다. 이런 시스템이 진화하면, 앞으로 보험사가 고객의 유전자 프로필을 보고 리스크 프리미엄, 즉 위험도을 계산해 할증료를 붙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구글 컬처로믹스(culturomics)라는 용어도 나왔다. 문화를 뜻하는 culture와 유전체학을 의미하는 genomics를 더해 2010년에 만들어 진 용어다. 인류의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분석해 주는 알고리즘으로 역사학자를 대체하겠다는 구글의 야심이 베어 있다.

* ‘수면왕 흰목참새 프로젝트’ - 미국 국방부가 잠을 정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프로젝트다. 머리에 희고 검은 줄무늬를 지닌 이 새는 50그램 밖에 나가지 않을 만큼 작다. 북미 숲에 주로 사는데, 특이한 것은 이동할 때 7일 동안 잠을 안자고 깨어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40시간 이상을 자지 않고 계속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병사들을 만들 목적으로 이 새를 연구 중이다. 잠을 정복하려는 빅 데이터 기업들도 당연히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선의의 연구 같지만 인간 본연을 피폐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시도다.  

* 성장없는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 - 경제학자 대니얼 코언은 “일자리의 절반이 디지털화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도 “사회의 자동화로 인해 오는 2025년이면 세계적으로 인건비가 16%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간이 설 곳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 악마로 취급받는 ‘선한 해커들’ - 정보기관과 인터넷 대기업들은 세상의 해커들을 모두 악마라고 여긴다. 악의적 목적으로 해킹을 시도하는 크래커(cracker)은 물론 전화를 불법 사용하는 프리커(phreaker), 은행 관련 데이터를 훔쳐 되파는 카더(carder), 그리고 내부 고발자를 협박하는 시빅해커(civic hacker) 등이 모두 악마로 취급받는다. 정보기관과 빅 데이터 기업에겐 이들처럼 통제하기 어렵고 여론을 어지럽히기도 하는 자유주의 해커들은 ‘군침도는 협정’을 방해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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