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수출규제 예상했다지만… 업계는 '아직'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07-04 16:24 수정일 2019-07-04 16:25 발행일 2019-07-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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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정부는 계획대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리지스트, 에칭가스(불화수소) 등 디스플레이,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일부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해당 품목을 우리나라로 수출할 때 90일 정도의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단 반도체 생산 업계는 수개월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이 없다고 밝히며 일본 업체들에게 공급 주문도 예전처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무 절차의 변화가 생겼을 뿐 당장의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반도체 소재·장비 업계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종합소자 회사와 비교해 자본력과 기술력이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도 모자란 상황에서 소재·장비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본이 수출규제의 범위에 공급물량을 포함시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율은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학수 호서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공개한 바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18.2%로 전년 동기의 17.8%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율은 50.3%로 절반을 겨우 넘었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10.1%, 9.9%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해 반도체 후방산업의 영업이익률은 부품 17.1%, 장비 10.8%, 재료 6.9%, 설계 4.0%, 설비 1.8%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균 5.9%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46.9%와 비교해 턱없이 모자라다.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는 “이번 사태는 반도체 산업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생태계 조성을 하지 못했을 때, 외부 리스크에 매우 취약하게 노출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며 “지금부터라도 반도체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는 장비·소재 부품 기업들을 잘 육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한국 반도체 산업이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들의 협력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엄주천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사무국장은 “불산가스의 경우 독성이 워낙 강해 3~4일 밖에 보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 일본 기업들이 보관기술 등에서 경쟁 우위에 있어 기존의 생산 체계를 바꾸는 데 국내 업계가 심사숙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