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여기도 사람 있어요!” 이 시대에 던지는 집과 공생의 의미…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6-22 14:00 수정일 2019-06-22 14:00 발행일 2019-06-2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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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작가 웹툰을 무대로 올린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저승편'에 이은 '이승편'
김태형 연출·민찬홍 작곡가·한아름 작가·양주인 음악감독, 고창석·최정수·김건혜·송문선·박석용·이윤우·오종혁 등 출연
신과함께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사진제공=서울예술단)

“사람이 살아야 집도 살고 우리도 소멸하지 않는 거야…집이 우리고 우리가 집이니까.”

극 중 성주신(고창석)의 말은 뮤지컬 ‘신과함께-이승편’(6월 29일까지 LG아트센터)의 한아름 작가가 고민했다는 “이 시대 집, 공동체와 공생의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 뮤지컬 ‘신과함께-이승편’은 주호민 작가의 동명웹툰을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2015년 초연됐던 ‘저승편’에서 이어지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이다.

‘팬레터’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등의 김태형 연출, ‘오이디푸스’ ‘리처드3세’ ‘윤동주, 달을 쏘다’ ‘외솔’ 등의 한아름 작가, ‘빨래’ ‘랭보’ ‘칠서’ 등의 민찬홍 작곡가 등이 의기투합한 서울예술단 작품이다.

하늘아래 한울동에서 단 둘이 살고 있는 할아버지 김천규(박석용)와 손주 김동현(이윤우), 그들과 그들의 집을 지키는 가택신 성주와 조왕(송문선), 재개발 용역 드래곤파워의 팀장 박성호(오종혁) 그리고 저승차사 해원맥(최정수)과 덕춘(김건혜) 등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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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사진제공=서울예술단)

“3년 전 ‘신과함께-저승편’을 처음 보면서 원작자인데도 부끄럽게 눈물이 났었어요. 이번 ‘이승편’도 뒤에서 30분 남짓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21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주호민 작가는 “작은 만화를 크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쌍천만 영화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집에 대해 묻다

“주호민 작가님이 공연을 만드는 데 재량권을 주셨어요. 남녀노소 다 같이 보는 공연, 1000만 영화, 인기 웹툰 등으로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시대가 된 것 같아 작가로서 용기 내 사회를 반영해 보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한아름 작가를 비롯한 뮤지컬 ‘신과함께-이승편’ 창작진들은 하정우·주지훈·김향기·마동석·김동욱·차태현 등이 출연하는 두편의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쌍천만’ 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태형 연출도 “워낙 유명한 콘텐츠인데다 영화로 제작돼 많은 국민들이 봤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11회 공연은 많이 봐야 1만명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1000만명에게 줄 수 있는 기쁨과 비견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더 깊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했어요. 캐릭터 라인을 정리하고 핵심적인 얘기도 다르게 만들어 봤습니다.”

이어 “집을 바탕으로 인간들의 이기심과 교만함 그리고 이득을 위해서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을 신이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가 신의 도움을 바랄 자격이 있는가, 어떻게 해야 신들에게 도움을 구할 자격이 갖춰지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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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사진제공=서울예술단)

주호민 작가는 “영화도 마찬가지고 제 만화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만들 때 딱히 (각색에) 개입하진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작가님, 연출님의 의도로 변화하는 데 완전히 열려 있는 상태였다”고 털어놓았다.

“대본을 받았을 때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어요. 박성호란 캐릭터가 커진 부분도 그랬어요. 만화를 그리면서 염려하던 부분 중 하나가 약한 자가 선하게, 강한 자가 악하게 묘사되는 것이었어요. 그걸 박성호가 잘 메꿔주는 것 같습니다.”

박성호 캐릭터에 대해 한아름 작가는 “객관적인 사실을 두고 할아버지, 공동체의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각색했다. 박성호라는 캐릭터도 용산참사 당시 실제로 있었던 분의 이야기를 읽고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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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사진제공=서울예술단)

“저 역시 전국철거민협회에 대해 편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철거를 당했던 분이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고 알게 된 지점이 있죠. 실제로 (철거 일을) 경험하고 세상에 이야기하기 위해 활동하는 분들이 계세요. ‘이 땅에 수많은 박성호를 위해 진실을 말하겠다, 나는 침묵하지 않겠다’ 노래하는데 저도 전에는 잘 몰랐던 그들의 아픔, 생존권, 주거권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박성호는 이제 이타적인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렇게 설명한 한아름 작가는 “현실에 힘들어하며 선택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 동현과 할아버지로 인해 새로 얻게 된 삶에 대한 감사함 등으로 수많은 박성호를 위해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다”고 부연했다.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용산, 청계천뿐 아니라 너무나 많은 개발들이 있었어요. 그런 시대에 대한 부채감이 조금 있었습니다.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구호가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사람이 사는 공간을 중심으로 분열과 반목이 이뤄지는 지점을 최대한 음악의 힘을 빌려 표현하고자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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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사진제공=서울예술단)

이어 “다행히 작곡가님이 따뜻하면서도 현실을 잘 표현해줬다”는 한아름 작가의 말에 넘버를 꾸린 민찬홍 작곡가는 “이승, 저승 그리고 이승에 있는 신까지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표현해야 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한 작품 안에 그 요소들이 살아있으면서 하나로 모아지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이승은 어두운 현실도 있지만 예쁘고 따뜻한 마음들까지 같이 공존하게 표현돼야 했죠. 이처럼 극단의 것들을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할지, 저승이라는 판타지적인 공간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했어요.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 원작과 확장된 각색본을 관통하는 힘과 주제들이 도움이 됐어요. 결국 다 같이 살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가는 힘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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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