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저마다 ‘내 안의 씨앗’을 찾아서…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6-03 23:10 수정일 2019-06-04 00:39 발행일 2019-06-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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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3일 예술의전당 서울예술단 대연습실에서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연습공개에 참석한 출연진들. 왼쪽부터 할아버지 김천규 역의 박석용, 김동현 역의 이윤우, 박성호 오종혁, 성주신 고창석, 조왕신 송문선, 덕출 김건혜, 해원맥 최정수(사진제공=서울예술단)

“대사 중 ‘다 같이 살면 안되나’가 마음을 울려요. 세상을 향해 하는 말이기도 하고 신과 인간이 함께 한다는 이 극의 주제이기도 하죠. 그리고 현실에서 직접 있었던 일을 대변하는 ‘여기 사람 있어요’는 짠하고 아픈 말이라 가슴에 남습니다.”

3일 예술의전당 서울예술단 대연습실에서 진행된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저승편’(6월 21~29일 LG아트센터) 연습공개에 참석한 덕출 역의 김건혜는 이렇게 말했다.

 

신함 포스터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포스터(사진제공=서울예술단)

‘신과함께-이승편’은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2015년 초연된 ‘신과함께-저승편’의 후속작이다.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팬레터’, 연극 ‘더 헬멧’ ‘카포네 트릴로지’ ‘벙커 트릴로지’ 등의 김태형 연출과 장수 뮤지컬 ‘빨래’를 비롯해 ‘랭보’ ‘잃어버린 얼굴 1895’ 등의 민찬홍 작곡가, ‘영웅’ ‘윤동주, 달을 쏘다’ ‘오이디푸스’ ‘리차드3세’ 등의 한아름 작가, ‘젠틀맨스 가이드’ ‘신흥무관학교’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 ‘킹키부츠’ 등의 양주인 음악감독 등이 의기투합했다.  

더불어 전편에 이어 저승차사 해원맥·덕춘으로 다시 돌아오는 최정수·김건혜를 비롯해 고창석, 송문선, 박석용, 이윤우, 오종혁 등이 힘을 보탠다.

‘신과함께-이승편’은 할아버지(박석용)와 8살 소년 동현(이윤우)이 단둘이 사는 집이 재개발지구에 포함돼 쫓겨날 위기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을 지키려는 가택신 리더 성주신(고창석)과 조왕신(송문선), 설상가상 할아버지를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찾아오는 해원맥(최정주)과 덕춘(김건혜) 그리고 취업 실패, 집안의 불행 등에 쫓기듯 입사한 드래곤 파워에서 재개발지구 철거 용역 일을 하게 된 박성호(오종혁)가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연습공개 현장에서는 가택신들의 합창으로 꾸리는 프롤로그 ‘인간들이여, 행복하라!’, 할아버지와 동현의 ‘고물을 주워라 재빨리 주워’, 현신으로 할아버지와 동현을 돕는 성주와 조왕의 ‘하늘 아래 한울동’, 철거 용역 드래곤 파워의 ‘철거의 단계’, 할아버지를 저승으로 데려가려고 온 해원맥·덕춘과 조왕이 만나게 되는 ‘누군가의 신이 된다는 것’ 그리고 박성호를 대신해 죽음을 맞은 할아버지로 변화를 맞는 ‘마음의 완장’ ‘지옥으로 던져진 나’ 등이 하이라이트 시연됐다.

◇원작·전작과 닮은 듯 다른 ‘신과함께-이승편’ 

신과함께이승편 (가택신과 저승사자)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은 할아버지 김천규를 데려가려는 저승사차들과 그를 지키려는 가택신들의 싸움과 갈등을 축으로 한 원작을 따른다.(사진제공=서울예술단)

“웹툰은 (수명이 다한 할아버지를 데려가려는) 저승차사들과 (할아버지 김천규와 손자 김동현을 지키려는) 성주신을 비롯한 가택신들의 싸움과 갈등 이야기를 축이에요. 원작을 바탕으로 뮤지컬만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각색은 물론 음악적·무대적으로 새로운 시도 중입니다.”

이렇게 전한 김태형 연출은 “무대화 과정에서 인물들이 축소되면서 용역 중 박성호를 강화했다”며 “인간이 신을 버리고 이기심과 오만으로 살아갈 때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그를 통해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주인공으로 기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과함께-이승편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연습실 공개 중 ‘지옥으로 던져진 나’를 시연 중인 박성호 역의 오종혁(사진제공=서울예술단)
이는 자신을 대신해 죽음을 맞은 할아버지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박성호가 부르는 ‘지옥으로 던져진 나’라는 넘버 중 저마다가 가진 양심을 상징하는 ‘내 안의 씨앗’이라는 노랫말로 응축된다.

“왜 이 일을 하게 됐는지, 철거 용역 일을 하면서 어떻게 변해가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담았습니다. 용역이라는 악역이지만 마음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것이 (웹툰과) 가장 큰 차이죠. 더불어 동네 주민들이 철거에 저항하고 반항하는 모습을 어느 집 하나의 문제가 아닌 커뮤니티가 철거되는 과정으로 다룹니다.”

이어 김태형 연출은 “웹툰에서는 가택신들이 오래된 집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뮤지컬에서는 옛집이 사라지면서 가택신들이 이승에서 살지 못하고 저승 뉴타운으로 이주하게 되는가 하면 어떻게 다시 이승으로 내려오는지를 담는다”고 원작과의 차별점을 덧붙였다.

“가택신들이 한꺼번에 나와 안무로 표현하는 장면(프롤로그 인간들이여, 행복하라!)은 (하이라이트 시연으로 공개된)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들이 등장합니다. 서울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합창과 장면들로 구성했죠.”

가무에 능한 서울예술단과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태형 연출은 “무대도 전작 ‘신과함께-저승편’과 마찬가지로 박동우 디자이너가 했다. 저승과 전혀 다르지만 시리즈로서의 통일성을 살리고 비슷한 감각으로 디자인해주셨다”며 “땅으로 내려와 이승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징화된 무대에서 펼칠 수 있을 듯하다”고 말을 보탰다.

◇‘여름밤의 꿈’ 조연출 고창석, 15년만에 배우로!
신과함께이승편 (성주)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중 성주신으로 출연하는 고창석(사진제공=서울예술단)

“15년 전 서울예술단 작품(2004년작 여름밤의 꿈)의 조연출이었는데 15년만에 배우로 함께 하게 됐습니다.”

가택신들의 리더 성주신으로 무대에 오를 고창석은 서울예술단과의 인연에 대해 전하며 “상업극들이 할 수 없는, 사회적인 부분을 깊숙이 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단체”라고 표현했다.

“처음 대본 리딩을 할 때는 ‘진짜 이렇게 해도 돼’라고 할 정도였어요. 무대 언어로 바뀌면서 재밌는 부분, 신선한 장면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사회적인 내용을 깊이 담고 있습니다.”

신과함께
고창석(오른쪽)은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에서 할아버지 김천규(왼쪽)와 손자 김동현을 지키는 성주신으로 등장한다(사진제공=서울예술단)
더불어 캐스팅 당시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공연은 길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연 제의를 거절했었다는 고창석은 “작품에도 인연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함께 했던 (양주인) 음악감독님, (이현정) 안무감독님이 해외촬영 중에 ‘같이 하자’고 연락을 주셨어요. 우연히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성주신을 연기한) 마동석 군을 만났는데 ‘형 나중에 저랑도 같이 해요’라고 해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소품 감독님이 또 저희 동네 살아서 볼 때마다 ‘같이 해요’ 하셨죠. 그래서 인연인 것 같아요.”

이렇게 전한 고창석은 “하면 잘해야하는데 노래라는 게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하지 않으면 어느 단계까지 올리기 위한 시간이 꽤 필요하다. 그래서 부담스럽다”면서도 “이렇게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은 처음”이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짧은 (공연) 기간이지만 좀더 많은 관객들이 보실 수 있도록, 보신 관객들이라도 가슴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