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아파트시장 현금부자가 '좌우'

이연진 기자
입력일 2018-11-11 13:37 수정일 2018-11-11 13:44 발행일 2018-11-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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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포토] 1면용 수정후  삼성 래미안리더스원 아파트 청약
지난달 31일 레미안 강남 서초구 서초우성1차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리더스원 청약을 위한 견본주택에 몰린 인파들.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서초구 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리더스원’이 지난 6일 청약접수 결과 232가구 모집에 총 9671명이 몰려 평균 41.69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489만원으로 가장 싼 전용 59㎡형이 12억6000만~12억8000만원으로 모든 주택형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된다.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가의 80%를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즉 최소 10억원 이상의 현금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6일 청약은 서울 거주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서울에서만 현금 10억원을 동원할 수 있는 현금부자가 1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래미안 리더스원의 청약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체인구의 0.5%에 달하는 현금 부자들이 향후 주택시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8월 발간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제외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는 27만8000명으로, 2016년보다 15.2% 늘었다.

부자들이 투자에 동원할 수 있는 금융 자산도 증가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의 고액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00조 원에 육박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현금부자들은 현재로서는 대체 투자처가 마땅히 없기 때문에 기회가 보이면 언제든지 주택시장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래미안 리더스원이 인기를 끈 것은 희소성과 투자가치 때문이라는 평가다. 서울 인기 주거지인 강남권 아파트인데다 정부의 고분양가 규제로 분양가가 시세 대비 낮게 책정되면서 수 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로또 아파트’로 꼽혔다. 여기에 청약제 개편 전 유주택자들이 마지막으로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로 인식되면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이말은 바꿔 말하면 희소성과 투자가치만 있다면 현금부자들이 언제든지 아파트 사재기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대출을 원천봉쇄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점점 ‘현금 부자들의 놀이터’로 변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연진 기자 ly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