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점' 외칠 때…삼성전자·SK하이닉스 '초격차 승부수'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18-10-31 14:03 수정일 2018-10-31 17:25 발행일 2018-11-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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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둘러보는 김동연과 이재용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8월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반도체 공장 라인을 둘러 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또 다시 분기별 영업이익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사업에서 무려 11분기 연속 이익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총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7조원대에 진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반도체 고점 논란을 무색케 한 실적이다. 선도 아이템을 확보한 후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이는 ‘초격차’ 승부수가 통했다는 의미다.

31일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5조4600억원,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더 팔고 20.9% 더 벌었다.

실적 호조를 이끈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17조5700억원의 영업이익 중 무려 4분의 3인 13조6500억원을 반도체 사업에서 기록했다. 매출은 24조7700억원,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 52.8%에서 55.1%로 올랐다. 증권가에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올해 영업이익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양대 축’인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25일 3분기 실적 신기록을 세웠다. 영업이익이 6조47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3.2%나 늘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30조5070억원, 영업이익은 16조4137억원에 이른다. 아직 4분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액(30조1094억원)과 영업이익(13조7213억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계절적 성수기 효과와 함께 서버·모바일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했다”며 “반도체 공정 미세화 전환 확대와 프리미엄 제품 판매로 실적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실제 애플 등 주요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의 신규 프리미엄 출시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증가하고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고부가 서버용 D램의 견조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설비 투자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올해 반도체 부문 투자가 24조9000억원, 올해 주요 시설투자로 반도체 부문에선 평택캠퍼스 증설·메모리 첨단공정 전환·인프라 투자·파운드리 증설을 꼽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시설 투자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10조3000억원을 1.5배 가량 뛰어넘는 16조원 수준(상반기 기준 8조9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청주에서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인 ‘M15’ 준공식을 열고 20조원이 투자되는 M15를 본격 가동해 D램에 편중된 반도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는 한편 기술 초격차를 통해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뿌리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의 생존 수단은 결국 선제 투자를 통한 기술 초격차 유지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