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이주비 문제 '시끌'… 사업 지연 우려

이연진 기자
입력일 2018-10-21 17:14 수정일 2018-10-21 17:15 발행일 2018-10-22 5면
인쇄아이콘
2018102118
이주비 대출문제로 이주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잠실 미성아파트(연합)

이주를 앞둔 강남권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이주비 대출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9·13 대책에 따라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을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간주하면서 사실상 대출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일대 재건축들이 이주비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주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지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정비사업은 조합원들이 이주를 못할 가능성이 높아 사업을 미루자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송파구 신천동 소재 미성아파트의 경우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이주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72㎡ 이주비가 3억5000만원, 95㎡는 4억1200만원 가량이 책정됐다. 주변 신천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은 전용 85㎡ 이하 중소형도 7억∼9억원에 달해 조합이 조달한 이주비만으로는 전세금 마련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또 이달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한 잠실 진주아파트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한신4지구 2곳도 올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이주비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5~6월부터 이주를 시작한 방배5구역과 방배6구역은 당초 증권사와 투자은행의 추가 이주비 대출이 계획됐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골드만삭스는 국내 금융회사를 통해 방배5구역 이주비 대출 관련 금융시장에 투자를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무산됐다. 이로 인해 일부 조합원들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등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말 건설사의 이사비 제안 금지 및 금품 제공 시 시공권 박탈 등을 골자로 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12월부터 이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시공사는 조합원들에게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나 이주비, 이주촉진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은 일절 제안할 수 없게 됐으며, 재건축 조합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내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한 이주비 대출만 가능해졌다.

여기에 9·13 대책으로 재건축 이주비 역시 주택구입 목적 대출로 간주하면서 대출이 원천 봉쇄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지난해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많았던 만큼 이주비 조달 문제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연진 기자 ly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