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일자리 창출, 기업 힘만으론 역부족…전문가들 "규제혁파 선행돼야"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8-09-11 13:24 수정일 2018-09-11 17:14 발행일 2018-09-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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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일자리위원회에서 열린 제7차 일자리위원회 사전브리핑을 통해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히고 있다.(연합)

정부가 유망 신산업에 2022년까지 예산 6187억원을 쏟아 1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력 저하라는 고질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땜질식’ 처방이 아닌, 민간 투자심리 개선을 통한 경제 선순환 구조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가 고용 증대와 소비 진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실장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인건비,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들의 비용 부담만 키우고 있다”며 “산업정책 역시 대형 마트의 영업 규제, 복합쇼핑몰 관련 규제 등을 내세워 기업들의 시장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기업정책은 주요 그룹사들이 경영권 방어에만 골몰하게 만들어 투자 환경을 악화시켰다”며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정부는 투자와 일자리는 늘리라고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기업들을 옥죄는 모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예산을 쓸 필요 없이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향후 청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해 “정부가 블록체인을 ‘제2의 바다이야기’로 인식해 규제개혁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주도 내 거래소 설립을 허용하고, 제주은행이 가상계좌를 개설하는 식의 환경을 만들어주면 언제든지 사무실을 이전하겠다는 업체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작년 초 40명에 그쳤던 암호화폐 거래소 빗섬의 직원 수가 같은 해 말 450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초 정규직 고용으로 400명이 더 늘었다”며 “이처럼 규제완화로 특정 단지에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관련 거래소·기업들이 10개만 입주해도 1만개에 가까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거제도나 창원처럼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겪는 지역에 신산업 특구를 조성하면, 정부의 예산 투입 없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