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용산 마스터 플랜] 매물 자취 감춰… '부르는게 값'

이연진 기자
입력일 2018-08-16 06:00 수정일 2018-08-26 16:19 발행일 2018-08-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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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밝힌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서울 여의도와 용산 일대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여의도·용산은 서울 집값 주간 상승률 1·2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실제 여의도와 용산 일대는 미래에 개발 계획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다. 시장에서는 아파트 한 채당 억단위로 호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있으나 매물이 없어 사실상 ‘거래 절벽’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집 주인들이 기존 매물을 거둬들인 후 호가를 높여 부르며 나타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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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삼부 아파트 (사진= 이연진 기자)
◇ 여의도 집값 호가 ‘급등’ ...거래 물건 실종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통째로 개발하겠다고 말한 뒤 아파트 마다 1~2억씩은 다 올랐어요. 억 단위로 올랐어도 웃돈을 더 주고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집주인들이 집을 안 내놔서 물건이 없어서 거래를 못해요”

최근 서울 여의도 주택시장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는 0.28% 상승했다. 영등포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집값 상승률 1위를 당당히 차지했다.

실제 14일 오후 뜨거운 폭염 속에 여의도 일대 공인중개사를 둘러본 결과, 여의도 아파트는 호가가 급등해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다. 집주인들은 호가를 단번에 천만원 단위가 아닌 억단위로 올리고 있다. 여의도 공작아파트 전용면적 91.97㎡는 올해 초 12억5000만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가 13억5000만원~14억원 정도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79.24㎡는 지난달 초 11억5000만원에 실거래가 됐지만, 현재는 13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급등했어도 시장에서는 사실상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는게 여의도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개발이 본격화되면 집값이 더 많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집주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아 매수자들이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이다. 즉 물건이 없는 상태에서 호가만 뛰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개발 계획 발표 이후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좋은 물건이 나오면 연락 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실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는데 가격만 급등하면서 정상적인 시장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정부에서 나와 합동 단속을 하면서 수정, 한양, 삼부, 장미 아파트 등 대부분의 공인중개업소들이 눈치 보느라 잠시 문을 닫았지만, 손님들이 찾아오겠다는 전화는 계속 왔다”며 “정부가 아무리 단속하고 저지해도 집을 사러 오겠다는 손님의 발길을 어떻게 막겠냐”며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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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 이계풍 기자)
◇ ‘금(金)땅’ 용산… 각종 호재에 호가 1억원 이상 올라

서울시의 마스터플랜 여파는 용산까지 이어졌다. 14일 본지가 찾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일대는 용산역을 중심으로 한 각종 공사가 한창 진행 중 이었다. 신식 건물들 사이로 위치한 크고 작은 부지에서 공사가 여럿 진행되고 있던 것.

이 가운데 이 지역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를 찾는 방문객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기자가 찾은 A공인중개사무소에는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10년이 넘게 이곳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 중인 김모씨(54)는 “오랜 시간 용산에서 중개업을 해왔지만, 요즘 만큼 문의가 빗발쳤던 적은 드물었던 것 같다”며 “서울시의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수 많은 문의가 빗발치면서, 현재는 아파트, 오피스텔 구분 없이 매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제업무지구 개발지역의 경우 1년 사이에 수억원 이상 오른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 용산구 산천동 인근에 위치한 리버힐삼성아파트는 82㎡(25평) 기준 7억5000만원 수준의 호가가 형성돼 있었다. 불과 1년 사이에 1억원 이상 올랐다는 게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또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소재의 동아그린아파트도 73㎡(22평) 기준 전년보다 1억원 수준이 오른 9억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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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사진= 이계풍 기자)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레미안용산주상복합은 43㎡(13평)이 한달 전만해도 5억~5억5000만원 수준이던 호가가 최근 7억원까지 올랐다.

이연진 기자 lyj@viva100.com, 이계풍 기자 kpl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