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줄줄이 후분양제 도입 논의 ‘활발’

이연진 기자
입력일 2018-07-23 16:18 수정일 2018-07-23 17:22 발행일 2018-07-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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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값 하락, 서울 비강남권은 상승<YONHAP NO-4287>
후분양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강남 재건축 시장 (사진제공= 연합뉴스)

대형 건설사들이 주로 사업에 참여하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주변시세보다 수억원 낮게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한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으로 추가 분담금 폭탄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분양 예정이었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채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우성 1차’ 뿐 아니라 ‘서초그랑자이(무지개아파트)’, ‘래미안 상아2차’ 등이 후분양을 고민 중이다.

또한 작년 하반기 이후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들도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으며,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 단계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후분양을 옵션으로 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대치동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은 조합이 선분양, 후분양, 준공 후 분양, 선임대 후분양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대우건설은 잠원동 신반포15차 수주전에서 후분양을 제안했으며, 현대건설은 지난해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 당시, 후분양제 도입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외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와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도 후분양제 도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분양제’란 아파트를 착공하기 전 분양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건설 공정이 80% 이상 진행됐을 때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현행법에서는 선분양이나 후분양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선분양을 선택해왔다.

하지만 HUG가 고분양가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분양가가 높을 경우 분양 승인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강남 재건축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낮게 책정되면서 재건축 조합원은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거나 환급금이 줄어 들게 됐다. 만약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분양가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아파트 골조 공사를 3분의 2 이상 진행한 후 분양을 실시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본격 실시하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에 억대의 초과이익환수금 산정액이 책정돼 일반 분양 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려워진 것도 이유다. 여기에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에 대한 감시 강화도 후분양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강남 재건축시장은 정부의 규제가 계속될 경우 선분양 대신 후분양으로 사업 방식을 선회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해 각종 규제를 실시하면서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지만, 재건축 현장 중 한 곳이 후분양제를 실제로 도입한다면 줄줄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