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비정규직 실질임금 변화…교통·보건·통신비 부담 줄고 의류·음식비 부담 늘어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7-23 06:10 수정일 2018-07-23 06:10 발행일 2018-07-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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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의류·음식비 등 생필품 품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보건·통신비 품목과 비교했을 때 격차가 컸다.

실질임금은 명목상의 임금을 물가지수로 나눈 값이다. 화폐가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규모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의 생활수준은 실질임금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23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43만원으로 2008년 동월 대비 31.6% 올랐다. 정규직의 경우는 285만1000원으로 같은 기간 34.1% 오른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는 156만9000원으로 같은 기간 20.8% 오르는데 그쳤다.

한편 같은 기간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전국 소비자물가지수 총지수는 지난해 102.93으로 2008년 대비 19.6% 올랐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자물가 기준으로 실질임금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비정규직의 임금 상승률만 따로 봐도 미약하게 물가지수의 상승을 앞질렀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성 교수는 “식료품이나 생활 필수품에 관련된 품목들의 물가는 다른 품목에 비해 많이 올랐다”며 “저소득 계층 사람들은 실질임금이 감소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증감률을 따로 보면 식료품 지수는 지난해 105.78로 지난 10년간 40% 증가했다. 주류 및 담배 지수는 102.20로 같은 기간 61.9% 올랐다. 의류 및 신발 품목 지수는 102.90으로 30.7% 올랐으며, 음식 및 숙박은 104.97로 24.1%, 기타 상품 및 서비스는 106.31로 24.8% 올랐다. 의류와 식료품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까지 넘어서, 해당 분야에서의 실질임금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정규직의 실질임금 상승이 두드러진 품목도 있었다. 보건 분야의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1.88로 10년간 11.3% 올랐다. 교통은 101.29로 2.1%, 오락 및 문화는 101.9로 8.1% 올랐다. 교육 분야의 경우 102.8로 10년간 16% 올랐다. 해당 분야들은 모두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상승률보다 낮은 지수 증가율을 보여줬다. 특히 통신 분야의 지수는 100.38로 10년간 오히려 5.2% 감소해 저소득층의 실질임금 상승에 기여했다.

성 교수는 “분야별로 실질임금의 큰 격차가 발견된다”며 “사실상 살림살이로 해결할 수준의 문제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저소득층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수요가 증가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한편, 이들이 보다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이동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며 “이런 분야는 분명 정책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성 교수는 “서비스업과 제조업 전반에서도 노동생산성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전체 생산성이 높아지도록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