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파운드리’ 집중 육성 돌입…“TSMC 잡는다”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8-07-11 13:50 수정일 2018-07-11 13:50 발행일 2018-07-12 10면
인쇄아이콘
삼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라인 조감도 //사진제공=삼성전자
clip2018071113265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 육성에 적극 나선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D램과 낸드플래시 등)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겠단 계산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글로벌 시장서 메모리 반도체보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알짜 시장’으로 꼽힌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까지 대만·미국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뒤쳐진단 평가를 받지만, 빠른 기술 혁신을 앞세울 경우 조만간 분위기 반전을 이뤄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16년 569억 달러에서 2021년 831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7.8%로 D램(7.3%)과 낸드플래시(7%)를 앞선다. 현재 시장 점유율(작년 기준)은 대만 TSMC가 50.4%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6.72%로 4위, SK하이닉스는 0.2%에 불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이 사업서 매출 100억 달러 이상을 달성해, 글로벌 점유율 2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전년(45억 달러)보다 매출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를 잡은 셈이다. 자신감의 근원은 ‘빠른 기술 혁신’이다. 이 회사는 현재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핀펫(3차원) 미세공정 기술을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7나노 공정도 연내 시험 생산을 거쳐, 늦어도 내년 초 이전에 대량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현재 TSMC가 7나노 양산에 성공했지만, EUV를 이용한 7나노 반도체 생산은 이 회사가 최초다. 이는 경쟁국인 대만 업체들보다 6~12개월 가량 앞선 기술력으로 평가받는다. EUV는 기존 장비보다 파장이 짧은 대역의 빛을 이용해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유리한 설비로 알려져 있다. 장기적으로는 2020년까지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를 활용한 3나노 공정을 개발해 TSMC 보다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GAA는 4차원 구조로 3차원인 핀펫보다 전자 이동량을 미세하게 조절하고 회로 동작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서 이를 공략하기 위한 행보를 펼친다. 이를 위해 우시 지방정부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합작법인 설립에 돌입했다. 지분 비율은 SK하이닉스와 우시 정부가 각각 50.1%와 49.9%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빛이나 소리·온도 등의 아날로그 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시스템 반도체다. 이 회사는 종전까지 국내 고객 중심의 대응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국내 고객 범위가 한정된 탓에 수익성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왔다. 이 같은 흐름을 끊기 위해 최근 고객이 몰려있는 중국 현지로 생산시설을 옮겨 직접 ‘상황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IHS에 따르면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장은 2017년 255억 달러에서 2021년 686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서는 고부가 및 고기술 중심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양사 모두 파운드리 사업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서 ‘고점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과 달리, 파운드리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사업 구조 효율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