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대책] '차별해소' 출산대책, "기존정책 확대일 뿐…실효성 의심스러워"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7-05 16:27 수정일 2018-07-05 18:09 발행일 2018-07-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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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_저출산대책추진방안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과 ‘차별 해소’ 등을 강조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학자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정책의 확대일 뿐, 근본적 차원의 인식이나 변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확정·발표했다.

대책에는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 지원금 지원, 아동 의료비 무료화,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유급 근로시간 단축, 남성 출산휴가 확대, 미혼모 및 사실혼 부부 지원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에 대해, 기존 정책의 확대일 뿐 근본적인 페러다임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출산을 논하기 전에 경제적 여건 등으로 결혼을 안 하는 사람들부터 늘고 있다”며 “출산 정책은 복잡한 퍼즐인데 과연 원인 분석이 충분히 돼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2018년 통계청 인구동태건수 및 동태율 추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1.2명 내외를 유지하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7년 잠정 1.05명으로 11.9% 급격하게 떨어졌는데, 혼인건수도 2008년 대비 지난해 19.3% 떨어졌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페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은 보이지만 근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지원을 지적하며 “선진국에서는 보편지원을 위해 건강보험에서 처리한다”고 말했다. 고용보험을 통한 출산 지원은 근본적으로 선별적 지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출산지원을 확대해도 고용보험이 계속 담당하는 한 단기 근로자나 자영업자 등 경제적으로 불리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배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동 의료비 지원에 대해서도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도록 출산장려금 지급 조건으로 임산부가 병원에 찾도록 만드는 게 선진국들의 방식”이라며 “건강한 출산에 대해서 깊은 고민이 없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출산부터 양육까지의 연계에 대한 숙고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김 교수는 비혼 가정에 대한 지원이나 미혼모 관련 지원에 대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반대하는 사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정책”이라며 “사회적인 관습이나 정서와 부딪히지 않게 세련된 방식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부의 저출산 대책 발표에 대해 “저출산 문제는 사회적 관습과 같아서 정책 한 두개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출산율 1.0명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그는 “결혼부터 임신·출산, 양육 ·교육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흐름에서 저출산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정책으로는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