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中 법원, 마이크론 판매 금지 판결…반도체 업계 '촉각'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8-07-04 18:00 수정일 2018-07-04 18:05 발행일 2018-07-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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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진=연합

중국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금지를 예고하면서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이로 인한 ‘반사 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 중단’으로 구멍 난 수요가 이들 업체에게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판매중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사는 눈앞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보단, 중국의 이 같은 기조가 향후 한국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업체인 UMC는 최근 중국 푸저우 중급인민법원이 마이크론에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등 26개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 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D램 시장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업체다.

마이크론과 UMC는 작년부터 ‘영업기밀 탈취 문제’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선공을 가한 쪽은 마이크론이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 법원에 “UMC와 JHICC가 자사의 D램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UMC는 지난 1월 중국 푸저우시 법원에 “마이크론이 D램 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품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고 2억7000만 위안(45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맞받아쳤다. 중국 법원은 이에 대한 예비판정을 내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을 ‘정치적 이슈’로 분류하고, 판매중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단기적으로 중국내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가 중단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내 마이크론의 물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D램 가격도 단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중국이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국내 업체까지 ‘확장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앞서 중국은 최근 이들 D램 빅3 업체를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펼치며 노골적인 견제 움직임을 드러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 중단이 현실화되면 중국 세트 및 관련 부품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재로써는 예비 판정이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중국의 기술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오는 시점에 맞춰 반도체 선두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재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45%, SK하이닉스 28%, 마이크론 22%다. 세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95%가 넘는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