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창업 열전] 수상한 다락방 오미현 대표 “만화책의 즐거움을 전하는 일 보람돼”

이해진 기자
입력일 2018-07-02 12:11 수정일 2018-07-02 14:09 발행일 2018-07-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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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은 놀 때 보는 책'이란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된지 오래이다. 웹툰시장이 눈에 띄는 성장을 가속하고 교육적 내용을 담은 만화와 소설책이 자리를 구축하면서 만화책과 소설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만화, 대놓고 학습을 외치는 만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머리와 가슴을 살찌우게 하는 문학적 표현과 의미가 들어있는 만화책과 소설책들이다.

만화책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거부감이 덜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덕분에 만화는 독서에 흥미가 없거나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한테는 더없이 좋은 독서의 첫 단추이다.

PC방, 플스방, 멀티방 등이 주류가 되기 전 학생들의 가장 평범한 놀이터는 만화방과 책방이었다. 한권의 만화책과 라면이 함께하는 추억의 공간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밤을 지새던 연애소설들이 현대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선정성과 폭력성을 배제한 문학작품 수준의 만화, 연애소설들의 지원에 힘입어 만화카페, 북카페 공간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수상한 다락방 오미현 대표
수상한 다락방 오미현 대표

어린 시절 만화, 소설책을 읽고 주인공을 따라하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이야기 하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만화카페와 북카페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오미현 대표를 만나 현대적인 북카페공간의 의미와 독서 안에서 찾는 마음의 여유가 현대인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수상한 다락방은 어떤 곳이며, 어떤 부분이 특화된 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수상한 다락방은 서울이 아니라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했다는 점이 일단 지역적으로 특이하겠지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다락방을 연상시키는 공간에 다양한 읽을거리를 배치하여 작은 도서관, 아지트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여가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컨셉을 잡았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 읽는 즐거움을 계속해 나아가다보니 책을 먼저 읽어 보고 선별한 책만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배치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아지트공간에서 여가를 보내실 수 있도록 제약을 두지 않으려 합니다. 

또 꾸준히 신간과 고객들이 요청하는 도서를 입고하고 있습니다. 그저 처음에 반짝 꾸며놓은 공간이 아니라, 진짜 만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도서 업데이트가 저희 매장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북카페 일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여유를 찾고 양식을 쌓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결혼 후 살고 있는 노은동 근방에 북카페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수상한 다락방 내부 사진
수상한 다락방 내부 전경
 

- 카페 운영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크리스마스 때 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매장 특성 상 휴일이 바쁘기 때문에 매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자주 오시던 손님이 선물로 직접 구운 크리스마스 쿠키를 주셨습니다. 예쁜 눈사람과 산타 할아버지였는데, 감동을 크게 받았고. 너무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학생부터 저희 매장 손님으로 다니던 여학생이 제 생일날 레몬청을 선물해주기도 했고, 수능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대학에 간 단골손님이 타지로 가기 전에 인사하러 왔다고 들렀을 때. 이런 기억들이 뿌듯하고 행복했던 거 같습니다.

- 우후죽순 북카페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건전한 시장의 성장을 위한 개선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가장 중요한 건 사업자의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시작하는데 좋아하고 잘 아는 일을 해야 실패를 덜 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악덕 브로커들이 없어지는 게 가장 건전한 방법이겠지만, 그러려면 업주들이 그런 사람들에게 현혹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바람입니다. 

-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소한 것에 감동도 많이 받고, 행복해 하는 편입니다. 그저 지금처럼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며 롱런하는 게 꿈입니다. 그래서 여중생이던 학생이 아이 엄마가 돼서도 올 수 있고, 오랜만에 온 손님과 안부도 묻고 그냥 편안한 쉼터가 되고 싶습니다.

- 소개해줄만한 취미 활동 또는 스트레스해소법이 있나요?

주 1회 공방에 가서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체력이 약한 편인데다 사무직으로 근무하다보니 자세가 안 좋아 주2회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습니다. 1년 쯤 꾸준히 계속 하다 보니 몸이 많이 튼튼해진 느낌이 들면서 건강해져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해 주신다면ᆢ

만화책은 유해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종종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로 걱정하시는 부모님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일부러 아이에게 자극적이지 않은 만화를 추천해서 같이 읽고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편협한 시각으로 만화를 미워하지 말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해진 기자 eunkii00@daum.net